22만712명, 25만452권. 2020년 본교 도서관 방문자 수와 전체 대출 책 수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 이화인들은 어떻게 독서를 즐기고 있을까? 본지는 독서의 달인 9월 다양한 방법으로 독서 문화를 만들어가는 학생들을 만났다.

본교 중앙도서관 3층 열람실에서 독서를 즐기는 이화인의 모습   박성빈 사진기자
본교 중앙도서관 3층 열람실에서 독서를 즐기는 이화인의 모습 박성빈 사진기자

 

자발적으로 ‘소통하는 독서 문화’ 만들어 가는 학생들

2019년 10월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에 ‘벗들의 독서’ 게시판이 생겼다. 이름처럼 독서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 자유롭게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게시판이다.

“독서를 해 본 적 없다 보니 어떻게 독서를 시작할지도 막막했고 뭘 읽어야 할지도 잘 몰랐어요. 저랑 같은 고민을 하는 벗들이 있으리라 생각했고요.”

본교 불어불문학과에 재학 중인 게시판지기는 본래부터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다. 본교 입학 후 스스로가 다른 학우들보다 뒤처져 있다고 생각해 독서로 교양을 쌓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에 여러 학생과 소통하면서 좋은 책을 서로 추천받아 보자는 취지에서 ‘벗들의 독서’ 게시판을 개설했다. 그는 “게시판 속 여러 사람과 감상평을 공유하며 동일한 책의 다양한 해석을 접할 수 있어 놀라웠다”고 말했다.

‘벗들의 독서’ 게시판에서는 매달 ‘이화 주간독서토론회’가 열린다. 격주마다 도서를 지정하고 댓글로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된다. 토론회는 한 20학번 재학생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닉네임 G9☆E화인벗(지구별벗)으로 활동하는 그는 친구들과 소모임을 만들어 독서 토론을 즐기곤 했다. 그는 “토론이 이어질수록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다. 아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하고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고 느껴서다. “익명 커뮤니티에서 독서 토론을 하면 의견을 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담이 적고 자율성이 높은 익명의 힘을 독서 토론에 적용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토론회를 기획했다.

김소현씨(왼쪽)와 강예람씨가 소파석을 이용하고 있다. 김지원 사진기자
김소현씨(왼쪽)와 강예람씨가 소파석을 이용하고 있다. 김지원 사진기자

 

생각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이화인의 독서 문화

자발적으로 스터디나 소모임을 만들어 꾸준히 독서하려는 이들도 있다. 휴학 기간을 보람차게 보내고자 했던 민서현(작곡·18)씨도 그중 하나다. 대학 입학 후 독서량이 줄어 사고가 얕아졌다고 느낀 그는 본교 재학생들과 독서 스터디를 만들었다. “학우들과 함께 생각도 정리하고 책 읽는 진도도 잘 나갈 수 있을 듯해 스터디를 시작했어요.” 민씨는 “스터디를 한 뒤부터 내 생각을 더 조리 있게 논리적으로 표현하게 됐다”며 독서 스터디에서 감상문을 쓴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학생문화관 242호에는 학생 자치 도서관인 생활도서관이 있다. 약 4000권의 장서를 보유한 이곳에는 편안하게 앉아 독서할 수 있는 책상과 소파도 있다.

생활도서관은 다양한 독서 문화 행사를 개최한다. 그중 오픈 세미나는 여러 학번의 다양한 전공생들이 모여 함께 책을 읽고 자유롭게 논의하는 행사다. 생활도서관 운영위원 류지원(사회·21)씨는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다룬 2022년 1학기 오픈 세미나에서 여러 사람과 “타인을 넘어 동물, 비거니즘에 관해 얘기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류씨에 따르면 생활도서관은 독서 세미나와 연계해 기획 도서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회를 조금 더 새로운 관점에서,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어요.”

학문관 242호에 위치한 생활도서관 운영위원 류지원씨 박성빈 사진기자
학문관 242호에 위치한 생활도서관 운영위원 류지원씨 박성빈 사진기자

‘벗들의 독서’ 게시판지기부터 생활도서관 운영위원 류씨까지, 자발적으로 독서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은 ‘소통하고 교류하는 독서’를 지향한다.

이화 주간독서토론회의 주최자 지구별벗은 “지금처럼 언제든 소소하게 의견을 나누고 서로 도움받을 수 있는 문화가 계속 유지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읽은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재미있는 일로 여기는 분위기가 독서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류씨도 소통으로 이어지는 독서 문화가 확립되기를 바란다.

“책이 단순 활자 지식으로만 남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되고, 우리가 사회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기회가 됐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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