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작고한 개리 베커(Gary Becker)교수는 과거 경제학이 다루어 오지 않았던 연구 분야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하다. 베커 이전까지 경제학의 전통적인 분석 대상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 행위, 특히 시장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는 모든 인간이 자신의 편익과 비용을 계산해 이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는 최적화 사고를 바탕으로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사회학이나 심리학, 인구학에서 주로 다루어 왔던 결혼, 이혼, 출산, 범죄, 중독행위 등을 경제학적 분석으로 설명했다. 이 같은 연구는 여타 사회과학 분야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결혼과 출산을 경제적으로 분석하는 가족 경제학, 범죄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을 다루는 범죄 경제학이 등장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결혼할 때의 기대이익이 비용보다 적다면 결혼을 하지 않는 결정이 합리적이다. 마찬가지로 법을 어길 때의 이익이 위반할 때의 비용보다 큰 경우, 법을 어기는 것이 합리적이므로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인간의 지식과 건강 등을 ‘인적 자본’으로 인식하고, 이런 인적 자본의 축적이 물적 자본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론을 확립했다. 특히 질 좋은 인적 자본을 쌓으려면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교육 경제학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베커 교수의 출산율과 경제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경제적 분석의 전제조건으로 자녀는 부모에게 만족을 주는 존재이고, 부모는 자녀를 언제 몇 명을 가질 것인지 결정할 수 있고, 자녀 양육에는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을 가정한다. 자녀가 부모에게 주는 기쁨이라는 효용이, 양육에 필요한 노동과 자본의 비용을 초과하게 되면 출산이 합리적 행위가 되지만, 자녀 양육에 따른 비용이 효용보다 크게 되면 출산을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난 8월에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출생통계’에 의하면 2021년 합계출산율이 0.81명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기간(15-49세) 동안 한 명의 여성이 출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2018년 0.98로 처음으로 1 아래를 기록한 뒤 2019년 0.92, 2020년 0.84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미국이 1.66, 저출산 국가로 알려진 일본이 1.37이지만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1을 하회하는 국가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저소득국가에 비해 고소득 국가들의 출산율이 낮은 추세를 반영하면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일 것이다. 한국의 세계 최저 출산율 소식이 얼마 전 뉴욕 타임즈 헤드라인을 장식하기도 했다.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대체출산율이 2.1명이라고 할 때 저출산 문제로 인해 인구감소는 더 급격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한국의 총인구는 1949년 인구 센서스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2019년에 예측했던 것보다, 8년이 앞당겨진 것이다. 인구감소는 노동력, 자본축적, 투자, 소비, 생산성을 모두 하락시킴으로써 경제 규모가 저하된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생산가능인구비율이 0.1%포인트 감소하면 국내총생산이 연평균 0.3% 감소한다. 출산율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정부는 2020년까지 수백조 원을 이미 투입했고 제4차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에 의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200조원을 사용할 예정이지만 그 효과는 담보할 수 없다.

출산율이 낮은 사회는 양육과 보육에 따르는 노동과 자본의 비용 부담이 커서, 자녀가 주는 기쁨을 포기하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출산이라는 경제적 선택을 증가시키려면 그에 따른 편익을 높이고 비용을 감소시켜야 하지만 단기간에 해결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녀를 출산하면 지원하는 정부의 보조금은 출산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정신적 비용에 대한 무개념의 산물이다. 우선 2030 여성의 결혼율이 5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출산 지원책은 출발부터 반쪽짜리 정책이다. 천정부지의 부동산 비용, 보육과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 부모의 시간적 기회비용 등 가계의 모든 자원이 블랙홀처럼 자녀에게 빨려 들어가는 구조에서 출산을 선뜻 택하기는 쉽지 않다.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것이 미시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전부 그런 선택을 하게 되면 거시적으로 국가경쟁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자녀 출산을 사적인 영역으로 간주해 모든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면 합리적 경제주체들은 출산율을 더 감소시킬 것이다. 출산은 국가노동력을 공급하는 공적 영역의 행위로 봐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전적으로 국가가 지불 하려는 과감한 노력 없이는 출산율 감소 추세를 막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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