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이대학보입니다.

학잠을 걸치고 쓰는 글입니다. 어느새 더위가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네요. 계절이 바뀌며 캠퍼스도 활기를 찾았습니다. 이대학보 구성원들은 학보실에서 개강 첫날을 맞았는데요. 이른 시간부터 ECC를 지나는 수많은 학생들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학보를 읽어주신다고 생각하니 더 좋은 신문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좋은 신문이란 무엇일까요? 지난 학기 이대학보의 일원이 되면서 성실한 취재를 하고 꼼꼼한 기사를 쓰고자 노력했습니다. 무엇이 좋은 기사인지 끊임없이 고민했지만 정작 좋은 신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 학기부터는 데스크의 자리에서 10개가 넘는 기사들의 흐름을 따라가며 첨삭해야 했기에 더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는지 모릅니다.

강의실에서의 첫 수업은 어떠셨나요? 교수님과 학우들을 마주하며 듣는 수업은 일명 ‘코로나 학번’인 제게 생각보다 더 큰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복잡한 사회를 복잡하게 사유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신 교수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세상일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같이 복잡하지만, 요즘은 복잡한 맥락을 모두 간과한 채 명료한 결론만을 서둘러 알고 싶어하는 경향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상에서도 조금만 글이 길어지면 ‘3줄로 요약해달라’거나, 어떤 담론이든 찬성 혹은 반대의 입장을 빨리 표명하라는 재촉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기사를 쓸 때도 어떤 이슈건 최소한 3명 이상의 이해관계자들이 있습니다. 모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목소리들 속에서 학보는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 기자의 눈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막막해질 때도 있습니다.

이번 1644호를 준비하며 특히 조심스러웠던 기사는 지면상 1면에 실린 K교수 기사입니다. 해당 기사는 성추행 가해 논란이 있었던 K교수가 재임용된 사실과 폐강 여부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해당 교수에 대한 새로운 신고가 인권센터에 접수되기도 했는데요. 기사에는 2018년 당시 미투 시위에 참여했던 학생들과 조소전공 학생의 목소리가 등장합니다. 학교 관계자들의 입장도 함께 다룹니다.

시기상 꼭 필요한 논의를 제시함과 동시에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기사를 발행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에선 언제나 불편한 시선이, 복잡한 사유가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많이들 사용하지 않지만, 한때 유행했던 말 중에 ‘복세편살’ 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의미인데요. 좋은 신문이란 어쩌면 복잡한 세상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신문일지 모릅니다.

여성 배제와 혐오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젠더 갈등’, ‘갈라치기’ 등으로 간단히 일축해버리는 사회를 바라보며 마음이 착잡해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우리 마음속에 느껴지는 갑갑함과 분노는 여러 가지 복잡한 맥락에서 기인할 겁니다. 이대학보는 그런 맥락들을 복잡한 사유로써 기사에 녹여내는 신문이고 싶습니다.

이대학보 구성원들은 늘 복잡한 시선으로 캠퍼스를 바라봅니다. 저마다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일들을 복잡함 그대로 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이대학보의 발걸음에 함께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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