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통이 심해서 학교에 못 가는 상황이 생길 때, 그냥 결석 처리된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워요. 학교에서 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지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고요.”

2022년 9월 대면 수업이 재개됐다.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주가 됐던 과거에는 월경통이 심할 경우 몸 상태에 맞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수업 방식이 대면으로 전환되며 월경 공결제가 없는 상황에 대한 학생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소년기부터 극심한 월경통을 겪어 온 ㄱ(디자인·22)씨는 “여자 대학인 이화에 월경 공결제가 없다는 사실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월경공결제의 부재로 본교 학생들은 극심한 월경통에도 참고 등교해야 하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월경공결제의 부재로 본교 학생들은 극심한 월경통에도 참고 등교해야 하는 현실을 피할 수 없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계속 흐지부지되는 논의...도입은 언제?

월경 공결제는 월경으로 인한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여성의 건강권 및 모성 보호를 목표로 교육부에 해당 제도 시행을 권고했다. 초·중·고등학교에서는 월경 공결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본교는 현재까지 월경 공결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다.

월경 공결제는 학생들의 꾸준한 요구 사항이기도 했다. 제50대 총학생회 ‘E;ffect(이펙트)’는 월경 공결제 도입을 학생처에 요청했으며 제51대 총학생회 ‘Enable(인에이블)’은 인권팀 정기협의체에서 도입 논의를 이어 나갔다.

매번 본교의 응답은 같았다. 오남용의 우려가 있어 시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2018년 고대신문과 인터뷰에서 본교는 월경 공결제를 따로 시행하지 않아도 교수의 재량으로 인정되는 부분이 있다며 월경 공결제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오지혜(사회·19)씨는 월경 공결제 오남용 우려에 대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일축했다.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것은 온전히 학생의 손해이므로 결석 자체로 불이익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새롭게 총장이 선출되며 월경 공결제에 대한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김은미 총장 당선 이후 월경 공결제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는지에 관한 물음에 교무처는 “지난 1년 간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고 답했다. 더욱이 지난 2년간 총학생회가 부재해 비대위 체제가 유지되며 학교와 학생들의 대화는 단절됐다. 이렇게 학생 자치 약화와 함께 월경 공결제 논의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대학마다 제각각인 공결제 운용

현재 많은 대학이 월경 공결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그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성공회대 서해(사회융합자율학부·18)씨는 “(월경 공결제) 신청이 어렵지 않고 당일 안에만 신청하면 돼서 편하다”고 말했다. 성공회대는 2022학년도 1학기부터 월경 공결 신청 가능 횟수를 한 학기 2회에서 4회로 변경했다. 성공회대 학사팀 관계자는 “여성들의 평균적인 월경 주기에 맞춰 한 달에 한 번은 월경 공결제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학생회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월경 공결제를 최초로 도입한 대학은 중앙대다. 별다른 증빙서류 없이 중앙 포털에서 신청하면 된다. 그러나 교수의 재량에 따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ㄴ(중앙대·18)씨는 교수가 월경 공결을 허용하지 않아 월경통이 심한 날에도 참고 등교해야 했다. 그는 “(교수님이) 월경 공결을 무조건 결석으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며 “4년간 학교에 다니면서 월경 공결제가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했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월경 사실 증빙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아주대의 경우 매월 1회의 공결을 허용하지만 ‘월경통’이 명시된 병원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상지대의 경우 월경 공결 인정을 받으려면 교수님과 상담 후 학과장의 직인이 필요하다. 이렇게 교수의 재량에 따라 공결 여부가 달라지고 신청 방식이 복잡한 경우가 많다 보니 월경 공결제가 존재하더라도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시되는 여성의 고통

월경 공결제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고통의 주관적인 특성에 기인한다. 실제로 월경 경험과 인식은 각 여성의 신체 조건과 주변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소영(정외·21)씨는 “월경 공결을 위해 진단서를 필요로 하는 경우는 아픔을 증명하라는 의미없는 요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사람마다 월경통의 종류와 강도가 다른데 진단서에 표시된 것만으로 담아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여성-평화-장애 운동을 넘나드는 활동가 조한진희는 그의 책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에서 “통증은 당사자가 호소하는 만큼의 강도와 크기로 ’실재‘하며 그것은 사회적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고등학생 때 월경 공결제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 이씨는 말했다. “이전까지 월경통은 참아야 하고 드러내서는 안되는 것이었어요. 월경 공결제를 이용하고 나서야 내 고통이 실재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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