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수로 인해 서울 일부 지역이 침수되고 서울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서울시는 지하와 반지하를 주거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고 기존 주거용 지하와 반지하는 20년 동안 순차적으로 없애기로 하였다. 

이런 대응책에 대해 반지하는 구조상 침수를 견딜 수 없으니 순차적으로 없애는 게 맞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취약층의 생계를 보장하지 않는 섣부른 대응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반지하 없애기 정책, 어떻게 생각하나?

 

반지하를 점진적으로 없애는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집중호우 사태에서 볼 수 있듯, 반지하 구조가 안전에 있어 굉장히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반지하 거주민들 중 상당수가 집값 문제 등 경제적인 이유로 반지하에 사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지상층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은 거주민들에게 경제적•심리적 부담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위 정책의 인센티브로서 월 20만원 지원금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효과적인 인센티브로 바라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거처를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감,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지상층으로 이동하는 데에 드는 비용 등 심리적•경제적 기회비용에 비하면 월 20만원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거처 이전이 쉽지 않은 선택인 만큼 거처 이전은 반지하 주민들의 자율에 맡기되, 거처 이전의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만큼의 인센티브를 보장하여 지상층으로의 이전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계속 반지하에 거주하기로 선택한 가구에 대해서는 호우나 화재 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집중호우 시 임시 거처나 대피소를 마련하고, 정기적인 안전 점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또한 추가될 필요가 있다.

 

 

반지하는 6-70년대 도시화가 이루어질때 북한의 침공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인데, 점차 주거 공간이 부족해지며 반지하 공간에 세를 주고 사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한다. 애초부터 주거 공간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사람이 살기 어려워 침수되는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반지하에 거주중인 사람들은 반지하의 단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반지하를 선택했다는것은 그만큼 생계가 어렵다는 말이 아닐까. 또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도 매월 20만원, '최장' 2년임을 살펴보면, 그들의 의식주 중 '주'를 보장받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과 짧은 기간일 것이라 보인다. 따라서 반지하를 일률적으로 없애는 것은 섣부른 결정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지하 혹은 반지하를 최근 홍수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없애는 것은 너무 섣부른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반지하 구조 상 침수를 견딜 수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상층으로의 거주 이전을 보장해주지도 못하면서 없애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지하 또는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유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일 것인데, 서울시 집값과 현재 점점 상승하고 있는 물가를 생각했을 때, 월 20만 원씩을 최장 2년 간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는 무리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반지하 혹은 지하를 없애는 것은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의 공간을 빼앗는 것과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가 되는 공간을 없애는 정책보다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서울시에서 이와 같은 논의를 하는 사람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반지하를 주거지로 생각해본 이가 있을까?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자유롭게 선택할 여건이 있다. 하지만 그 논의의 바깥에는 주거지의 선택지가 오직 지하와 반지하 뿐인 사람들도 있다. 침수 위험이 있는 걸 알아도, 그래도 사는 것이다.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까. 지금 여기서 지하와 반지하를 없애겠다는 건 이들에게 주거지를 빼앗는 침탈 행위에 불과하다. 주거용 지하가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인 금전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선택지가 넓어진다면 지하와 반지하의 수요는 자연스레 낮아질 것이다. 그때 철거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그들이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바로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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