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조금 있다가 요 앞에서 유진박 공연이 있으니까 시간 있으면 보고 가세요.”지난 4일 오후, 학교 앞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나오는 내게 직원이 말했다.

나는 잘 되었다 싶어 그공연을 보기로 했고, 상가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사회자가 나와서 이런 얘기를 했다.

이 공연은 이번에 신축한 이대 앞상가 37번지의 번영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자리이며,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이런 공연을 자주 할 수 있다고. 그리고 37번지와 더불어 이대 앞 모든 상가의 번영과 발전을 기원한다는 말을 내내 되풀이하며 모여잇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구호를 외치도록 했다.

사회자의 말이 끝난 후 나는 공연내내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기분으로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공연의 취지가 그런 것인줄을 미처 생각지 못햇고, 또 평소학교 앞 상업문화를 비판하면서도 어느새 그 문화에 젖어 있는 나의 모순을 새삼 느꼇으므로 나의 충격은 매우 컸다.

화려한 10층 건물 아래서 높아가는 바이올린 소리는 마치 이화의 숨통을 조여오는 듯 느껴졌다.

그들에게 ‘이대’라는 곳은 명동, 압구정동처럼 단지 사람많고 장사 잘 되는 곳 정도로밖에 인식돼 잇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바로 지척에 교수님과 학생들이 합심하여 학교 앞 상업문화의 확산을 온몸으로 막고 잇는 ‘대학교’가 잇다는 것을, 그리고 그 대학이 바로 그들이 함부로 불러대는 ‘이대’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잇을 것이며, 유진박 역시 자신이 한 공연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 자리의 그는 내게 학교앞 상업 문화의 일면일 뿐이었다.

공연 후 학교로 돌아오는 나의 마음은 매우 착찹하고 불안했다.

그런 상황에서 단 하나의 위안이라면, 사회자의 주문에 따라 이대앞 상가의 번영을 기원한다고 외쳤던 사람들의 구호 뒤끝이 자신없이 사그러들었음을 분명히 느낄수 있었던 점이었다.

그 사그러듬이 이화를 학교앞 상업문화로부터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힘과 양심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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