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한 지 한달이 지난 요즘, 이화는 각 단대별로 진행되는 단대제로 분주하다.

울긋불긋한 플래카드와 대자보, 포스터들에 적혀있는 각각의 프로그램들은 이화인들의 시선을 끌 만큼 다채롭다.

4학년이라 마음의 여유가 없는 나에게도 단대제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왜냐하면 새내기 시절 내가 경험했던 단대제는 아직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ㄸH한 준비하면서 돈독해진 선배들과의 관계, 함께 풍물을 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행사는 아직 서먹서먹했던 과 사람들과, 그리고 단대 사람들과 아무 거리낌 없이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가 거듭될 수록 행사를 준비하는 학우들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과, 이화 곳곳에 붙어 있는 행사 프로그램의 내용은 나에게 한가지 우려를 갖게 한다.

단대제는 각 단대생들의 공통성을 바탕으로 이화인들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하고 보다 깊은 주인의식을 느끼게 하는 데 그 본연의 임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올해 진행되는 단대제는 그 의미를 이화인들이 삼께 찾아가는 역할 보다는 유명 가수의 초청공연 들의 상업성과 이벤트성으로 흘러가는 경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학우들의 참여가 저조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학우들과 함게 하는 단대자’라는 취지를 살리고자 이런 행사들을 기획학 수 밖에 없었다는 학생회 및 단대제 준비팀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또한 아직까지도 많은 단대들이 함게 할 수 있는 노래자랑이나 체육대회 들을 기획하는 모습을 보면 나의 우려가 시기상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획의도와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하나됨을 느낄 수 있는 이화인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가 하는 점이다.

만오천 이화인이 단대제라는 밥상을 함께 차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차려놓은 밥상에 맛좋은 반찬들만 골라먹고 지나가버리는 손님이 되는 것은 아닌가. 갈수록 학생회 행사에 학우들의 참여가 저조해진다고 해서 ‘일단 눈길을 끌고보자’식의 이벤트서성·상업성 행사로 대학문화가 채워진다면, 단대제의 본연의 의미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혹자는 ‘대학문화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이런 체념속에서 상업문화 속으로 흡수되기 보다는 또다른 문제의식을 지닌 대학문화를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싶다.

특히 단대제는 이러한 대학 문화 찾기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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