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

방학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험 기간도 아직은 아니고, 봄이라기엔 덥지만 여름이라기엔 아직은 좀 이른 듯한 요즘입니다. 지극히도 평범한 날들인 것 같지만 이대학보 구성원들에겐 나름 큰 의미가 있는 이번 주인데요. 이대학보는 이번에 발행되는 1642호를 끝으로 올해 1학기 발행 일정을 마칩니다. 이번 학기 열 번의 발행을 마치고 열한 번째 신문 제작의 막바지 과정에 있는 지금, 시간이 언제 이리 흐른 건지도 모를 만큼 바삐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매주 똑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신문이지만, 더 가까이 들여다보자면 각 단계마다의 마음가짐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던 것 같아요. 기사의 기획안과 취재 진행 상황을 살피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까지는 오로지 학내 언론으로서 ‘어떤 기사를 실어야 하는가’에만 집중했다면, 이후 기사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지면을 제작하는 과정의 마음가짐은 또 달랐습니다. 흡사 생일선물을 열심히 고르고, 정성스럽게 포장까지 마쳐서 마침내 독자 여러분께 직접 건네는 마음으로 신문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금요일에 제작을 마치고, 월요일에 지면으로 발행돼 학교 곳곳에 신문이 비치될 때까지 늘 두근대는 마음으로 독자 여러분의 반응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충분히 유용하다 느끼실지, 전하고자 하는 바는 온전히 전달이 됐을지, 앞으로 계속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실 의향도 생기는지. 생일선물을 주고받는 때와 마찬가지로, 받는 이의 속마음을 정확히 간파할 수는 없겠지만 다음 발행 땐 더 와닿는 신문이길 바라며 또다시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발로 뛰며 현장을 고스란히 담고자 노력한 기사, 다소 민감할 수 있는 기사, 고인을 추모하며 생전의 모습을 가득 기록한 기사,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인터뷰한 기사…. 이번 학기에 나름 다양한 기사를 학보에 실어 다행입니다. 아쉬움은 남더라도 후회는 남기지 말자던 처음의 목표를 이만하면 지켰다고 자평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이번 호에 이대학보의 선임 기자님들께서 한국일보 기획취재 공모전에 수상하신 소식을 전했는데요. 선임 기자님들께선 아직도 여러 방면에서 학보와 연을 같이 하고 계십니다. 기사의 팩트 체크를 담당해주시는 FCD(Fact-Check Desk) 기자, 교환학생 칼럼 기고자, 객원기자, 그리고 이번 호 기사처럼 언론사 공모전 수상 기사의 취재원까지, 참 다양하지요. 저도 이제 퇴임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언젠가는 학보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보탤 수 있게 되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학보에 몸담을 동안 저는 학교 정문을 들어설 때마다 어김없이 학보 한 부를 집어갔습니다. 다른 분들이 보고 따라서 집어갈 수 있도록, 아니면 최소한 그곳에 학보가 비치돼 있다는 사실 정도라도 알릴 수 있도록이요. 이번 호수 이후에는 제가 제작에 참여하지 않은 신문이 자리하게 되겠지만, 같은 이유로 저는 또 집어갈 겁니다. 이런 저를 보시고 한 분이라도 학보에 호기심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학보에서의 제 개인적 여정은 이렇게 끝마치지만, 더 넓은 곳에서 여러분을 다시 만나뵐 수 있길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이라는 칭호를 제가 쓰는 것도 이제 마지막이네요. 독자 여러분, 앞으로 이어질 학보의 여정에 같은 독자로서 저와 함께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