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2시 경 포스코관 363호에서 ‘SF,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주제로 김초엽 작가와의 콜로키움이 진행됐다. 김혜원 사진기자
20일 오후2시 경 포스코관 B153호에서 ‘SF,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주제로 김초엽 작가와의 콜로키움이 진행됐다. 김혜원 사진기자

20일 김초엽 작가가 ‘SF,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주제로 이화∙포스코관 B153호에서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포스트휴먼 융합인문학 협동과정이 ‘인공지능 윤리와 젠더 그리고 생태’를 주제로 진행하는 봄 연속 ◆콜로키움의 네 번째 강연이다. 약 200명의 학생이 본 강연에 참여했다.

이번 콜로키움 연사로 참석한 김 작가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등 SF(Science Fiction)소설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SF소설 장르에 대한 설명 ▲SF소설과 현실 과학기술의 연관성 ▲인식을 확장하는 SF소설이라는 세 가지 소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작가는 SF소설의 특징을 설명하며 운을 띄웠다. 그는 SF소설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인물 간의 갈등을 조망하는 일반소설과 달리 SF소설은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 시스템, 자연 등과의 갈등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SF소설은 현실의 문제를 소설 속에 새롭게 배열함으로써 현실을 낯설게 경험할 수 있게 한다”며 “이를 통해 독자들이 소름 끼치고 놀라운 감정이나 경이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SF소설의 특징임을 말했다.

SF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움벨트’(Umwelt)라는 개념을 소개하기도 했다. 움벨트는 하나의 생물체가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세계를 뜻한다. 그는 “인간은 가시광선의 빛을, 가청주파수의 소리만 들을 수 있다”며 “거리와 시간처럼 절대적인 것 같은 개념 역시 인간 신체에 종속된 주관적인 개념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작가는 “지렁이, 갯가재, 나무가 감각하는 세계나 시간 규모는 아예 다를 수 있다”며 “SF소설을 통해 다른 움벨트를 가진 생물을 경험하다 보면 우리의 작고 좁은 세계를 벗어나서 상상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SF소설이 인간의 경험을 확장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SF소설과 현실 과학 기술의 연관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SF소설은 허구의 과학을 소재로 삼지만 인간과 과학기술 사이의 상호작용을 잘 재현해낸다” 며 SF소설을 통해 우리가 과학기술에 대해 갖는 사고방식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김 작가는 ‘어둠의 속도’라는 작품을 읽으며 자폐 치료 기술이 발명된 사회에서 주인공에게 자폐를 치료하도록 권유하는 사회가 좋다고만 할 수 있는지를 재고한 경험을 떠올렸다. 누군가에게 자폐는 하나의 특징이자 정체성이지만 사회적 맥락에서 자폐 치료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자폐를 치료하는 기술은 현재로서는 허구의 과학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치료와 회복에 대해 갖는 편견이나 통념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고 말했다.

더불어 김 작가는 개인의 관점에서 시작되는 SF소설이 세계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을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현대 SF소설은 한 개인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중요하게 다룬다”며 “SF소설에서 주변부의 인물이 주인공일 때 이들에게 세계가 어떻게 경험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고 답했다. “SF소설을 통해 주변부의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중심을 확장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강연 말미에 김 작가는 자신이 SF소설을 쓸 때 고민하는 질문들이 ‘이렇게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고도 말했다. 이어 학생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SF소설 속 허구의 과학이 현대의 과학에 주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김 작가는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이후에 발생할 윤리적 문제를 고려할 때 SF소설을 참고하기도 한다”며 “SF소설은 기술이 사회에 미칠 파장 등을 경고하는 역할을 할 수 도 있다”고 답했다.

강연을 마친 김 작가는 “이번 행사를 통해 SF소설에는 다양한 재미와 매력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며 “학생들이 집중해서 들어준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강연에 참석한 성서영(생명∙19)씨는 “현대사회에서 시의성 있는 주제를 작품과 연결해서 설명해주는 부분이 뜻깊었다”고 답했다. 정채원(커미∙20)씨는 “SF소설이 일상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 내 삶에 밀접한 소설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상이 변하는 건 식물의 시간과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작가님의 말을 듣고 세상이 느리게 변해도 변화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감상을 남겼다.

 

◆콜로키움(colloquium): 발표자가 발표를 한 후 참여자와 자유롭게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토론 방식. 대학의 세미나나 토론회가 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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