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1시18분. 부쩍 더워진 날씨에 나무 그늘을 찾다가 교내에서 텃밭을 발견했다. ‘밟지 마시오’라는 지킴이 표지판 옆에, 얼마 전 심은 듯 파릇파릇한 잎이 올라오고 있었다. 새싹을 감싸고 있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검정 비닐이 아닌 신문. ‘혐오·차별 청산하고 포용의 정치 펼쳐라’라는 제목의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를 시민에게 물어 적은 기사였다. 

재배 시 경작지의 흙을 덮는 자재를 멀치(mulch)라고 한다. 멀치는 토양의 침식을 막아주고, 수분을 유지하며, 땅의 온도를 조절하고,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아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중 눈에 띄는 기능은 거센 비로 인해 토양이 씻겨 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었다. 

대한민국은 장마 속에 있다. 계속된 취업난,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통 등으로 ‘탈조선’은 유행어를 넘어 토착어가 되어버린 듯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대 대선에는 차별을 옹호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갈라치기가 만연했다. 작물을 지키고 토양이 씻겨 나가지 않게 지켜야 하는 멀치가 역으로 새싹의 뿌리가 더 뻗지 못하게 막는 듯했다. 그런 식으로 해봐야 농사가 될 리 없다.

비는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한번 먹구름이 꼈으니 쉽게 물러갈 리 없다. 그렇다면 멀치가 제 일을 해야 한다. 겉보기에만 그럴 듯한 것이 아니라 진짜 새싹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신문 한바닥을 가득 채우고도 넘칠 말들을 귀 기울여 듣고, 대한민국이라는 새싹을 애지중지 키워주시길. 그리고 그 새싹이 지켜보고 있음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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