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나 예능 프로그램 ‘고딩엄빠’에서 공통적으로 10대 미혼모, 미혼부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과거에는 10대가 임신했다는 단편적인 사실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출산 이후 이들이 삶과 인간관계에서 어떤 변화를 겪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양상에 대해 어린 나이에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라며 긍정적인 반응도 있으나, 일각에서는 10대들의 임신, 육아를 미화하는 것이라며 ‘새 생명’이라는 명목 하에 감동적인 부분만 부각한다는 우려와 비판도 나오고 있다. 10대 임신이 미디어 소재로 등장하는 현상, 어떻게 생각하나?

 

10대 미혼모 미혼부가 최근 미디어에 등장하는 현상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리들의 블루스’가 가장 비판을 받아야 할 점은 임신중절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여성 인물에게 태아 심장 소리를 들려주며 생각을 바꾸게 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임신중절에 대한 고민을 악마화 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미디어에 노출하면 10대 임신, 출산뿐만 아니라 임신중절에 대한 고민까지 나쁜 것으로 치부해 그들에게 사회적 낙인, 일상의 어려움 등을 감당하라는 것밖에 안된다. 예능 ‘고딩엄빠’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이를 책임질 준비가 돼 있지 않은 10대들에게 부모라는 하나의 프레임을 부여해 미숙한 이들에게 어른이길 요구하고 있다. 사랑뿐만 아니라 자기 의사에 의해 이뤄져야 할 결혼, 임신, 출산의 과정이 억지로 부여된 책임, 실수 등으로 묘사되는 상황이 자연스러워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미성년자들이 부모로서 아이를 책임지는 모습을 매체에서 집중적으로 비추는 현상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미성년자 대상 성교육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지 않은 현 실상에 대한 책임은 어른들에 있다. 출산을 택한 미성년자가 수치심을 온전히 본인의 몫으로 부담하지 않게끔 하는 것 또한 어른들이 힘써야 할 부분이다.

 

 

10대 미혼모, 미혼부가 최근 미디어에 드러나는 것에 있어서 부정적이다. 출산만이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양육이 더욱 중요한데, 10대들이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는 경우 양육 환경이 온전히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디어에서 10대들의 ‘출산’에만 집중을 해 10대의 임신과 출산을 조장하는 것처럼 느껴져 불편하기도 하다. 10대 미혼모, 미혼부를 미디어에 노출시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양질의 피임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10대 임신이 미디어 소재로 등장해도 청소년들에게 어린 나이에 출산하는 것을 부추기거나 미화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프로그램이 미디어에 방영됨으로써, 그들의 삶에 대해 사회가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10대 부모들 자체가 공식적으로 이슈화된 적이 별로 없고, 이들에 대한 정책과 지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미디어를 통해 10대 부모들의 상황, 힘듦에 대해 청소년들이 현실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고딩엄빠’라는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에게 10대 임신은 여성들의 몸에 무리를 주고, 평범한 학생의 삶을 살 수 없다는 면을 보여줌으로써 ‘미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0대 임신이 미디어 소재로 등장하는 프로그램 취지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요즘에는 10대들의 임신에 대해 ‘몇 개월이 됐든 무조건 당연히 아이를 지워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시선도 하나의 선택이지만, 아이를 낳는 것 또한 한 사람의 선택이며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고 열악한 상황에 대한 지원을 늘릴 수 있다. 더불어 부모가 되는 것을 고려 중인 10대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실상을 보여줄 수 있기도 하다. 10대 임신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이들의 존재를 지우고 감추려는 시도보다 훨씬 긍정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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