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는 마스코트 없어?” “우리 학교 마스코트는 뽑히고 나서 흐지부지된 것 같아.”

본교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everytime.kr)과 이화이언(ewhaian.com)에 게시된 글이다. 본교 홍보실에서 학교 마스코트를 선발한 지 약 2년이 지났지만 행방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윤서(경제·20)씨는 “선발된 마스코트보다 곰 캐릭터를 사용한 굿즈를 오히려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타 대학처럼 본교가 마스코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코트를 브랜딩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대학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연세대는 2020년 독수리를 형상화한 마스코트 ‘연수리’로 카카오톡 메신저 이모티콘 공모전을 개최하고 2022년 인형 배부 이벤트도 진행했다. 숙명여대는 마스코트 ‘눈송이’를 이용해 SNS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메타버스(Metaverse) 테마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도 본교는 마스코트 활용에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사라진 마스코트의 행방을 되짚어봤다.

 

자취를 감춘 '화여니즈' 마스코트

본교 홍보실은 2019년 12월 제7회 홍보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마스코트 ‘화여니즈’를 최우수상으로 선발했다. 각각 신입생, 재학생, 졸업생을 상징하는 ‘새로니’, ‘화여니’, ‘조려니’로 구성된 화여니즈는 이화인 모두가 날개를 펴고 높이 날아오를 것이라는 의미로 제작됐다. 꽃봉오리를 형상화한 새로니가 잠재력을 키워 화여니라는 꽃으로 피어난 뒤 나뭇잎을 단 조려니로 성장해 날아오른다는 설정을 담은 본 마스코트는 3925명의 이화인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와 전문가 심사에서 합산 최고 점수를 받았다.

 

화여니즈 마스코트의 새로니, 화여니, 조려니(왼쪽부터). <strong>제공=오하경씨
화여니즈 마스코트의 새로니, 화여니, 조려니(왼쪽부터). 제공=오하경씨

 

공모전 결과를 발표한 후 홍보실은 2020년 1월 해당 마스코트를 활용해 SNS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스티커를 제작해 20학번 신입생을 대상으로 배부하는 등 적극적인 상용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2개월 만에 화여니즈는 자취를 감췄다. 홍보실은 2021학년도 수시모집 고사장 표지판에 기존 곰 일러스트를 활용하고 기념품점에서 판매하는 곰 인형으로 SNS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화여니즈의 사용을 돌연 중단했다.

 

화여니즈 제작자, "마스코트 활성화 위해 노력했지만 성과는 없어"

화여니즈 제작자 오하경(시디·18년졸)씨는 “2020년 ◆GIF 10종 제작 의뢰가 홍보실 측에서 온 캐릭터 관련 마지막 연락이었다”며 제작한 마스코트가 잘 활용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전했다.

오씨가 마스코트 상용화에 힘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선발 직후 오씨는 화여니즈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작할 것을 홍보실에 제안했으나 비용 문제로 승인받지 못했다. 화여니즈가 새겨진 파우치 및 에코백 공동구매도 추진하고자 했으나 홍보실에서 돌아온 답변은 “본교 홍보 목적으로 진행된 공모전 당선 작품인 관계로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 된다”는 말이었다.

이에 오씨는 “공모전 제출 당시 서류에 ‘본교는 수상작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우선적으로 양수한다’는 항목이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을 미루어 보아 앞으로도 화여니즈를 활발히 사용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홍보실, "마스코트에 대한 반대 의견 존재해 대체 방안 고려중"

이에 대해 홍보실 관계자는 “해당 공모전 캐릭터 부문 접수 당시 재학생들의 항의가 많았다”며 “교내 민원 게시판을 통해 마스코트 디자인에 대한 반대 의견들이 접수됐다”고 활용 중단 사유를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귀여운 캐릭터 마스코트를 내세운 학교는 명문대로 인식되지 않는다” 혹은 “여학생들이기 때문에 귀엽고 친근한 것을 더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성별 고정관념”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화여니즈가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 학생들도 있었다. 구예린(융콘·21)씨는 “학풍을 반영해 배꽃을 형상화한 캐릭터가 더 유명해지고 자주 활용되면 캐릭터에 담긴 교색까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ㄱ(철학·21)씨는 “매번 입학철에 화여니즈 GIF나 일러스트가 커뮤니티에 올라오면 학우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마스코트는 학교 상징을 강화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대외적 역할도 있는 만큼 관련 굿즈를 적극적으로 제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홍보실 관계자는 “학교 공식 마스코트는 학생, 동문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선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보실은 매년 공모전을 통해 학생들이 학교 홍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캐릭터 마스코트를 선발했던 것 또한 이러한 시도의 일환 정도로 봐줬으면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GIF: 이미지 전송을 빠르게 하기 위해 압축 저장하는 방식 중 하나. 여러 장의 이미지를 한 개의 파일로 다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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