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대학보입니다.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 봄의 마지막 기운을 만끽하고 싶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네요. 가만히 잔디밭에 누워 가벼운 바람을 맞으며 풀내음을 실컷 맡고 싶은 요즘입니다.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다닐 수 있게 된 지 벌써 2주 정도가 지났지만, 얼굴에 직접 닿는 상쾌한 공기가 아직은 조금 어색하기도 하네요. 독자 여러분은 늦봄의 공기를 어떤 방식으로 맞이하고 계신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매 학기 이맘때쯤이면, 다시 말해 종강하기 전 달의 중순쯤이면 이대학보는 새로운 구성원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이번 학기엔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그리고 디지털콘텐츠마케터를 새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이 학보의 새 얼굴이 되실지 벌써 궁금하고 기대가 되네요.

저는 작년 11월 신입 취재기자로 이대학보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년 반 남짓의 시간 동안, 단순히 ‘값진 경험’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엔 아까운 수많은 경험들을 했지요. 취재 현장에서의 경험, 기사를 작성하고 첨삭한 경험도 물론 정말 소중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시간들이 가장 소중한 경험 아닐까 합니다.

무엇을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 기사를 만들어낼지 고민하는 일은 어느덧 너무나 당연한 일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모두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치고 있지만 한 번쯤 짚어봐야 할 문제는 없을지, 취재 과정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매 순간 생각을 멈추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또 그동안은 몰랐던 제 부족한 점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될 때면, 그나마 이제라도 알게 된 걸 다행으로 여기고 개선해나갈 방법을 나름대로 강구했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꽤나 긴 시간 동안 여러 기사를 쓰고 첨삭해왔지만, 처음 이대학보에 지원할 때만 해도 이렇게 하게 되리라곤 전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학보사에서 기사를 쓰기엔 제 자신이 너무 부족해 보여서 지원을 한 학기 미루기까지 했지요. 이런 생각을 한 건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실제로 학보 기자에 지원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갖고 망설임 없이 지원한 분들은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한 주, 한 주 마감을 거치면서 이런 두려움이 어디에서 기인한 건지, 또 앞으로 닥칠 수많은 상황들에선 어떻게 이 두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지 점차 깨닫게 됐습니다.

신문을 완성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에서, 뒤돌아보거나 흔들리지 않으면서 앞으로 곧게 나아갈 추진력을 아쉽게도 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내가 이걸 해냈었지’, ‘전에 이런 고민을 하고 이런 걸 깨달았었지’ 하는, 학보 생활 속 경험의 조각들을 끌어모았습니다. 그 조각들이 하나씩 모여 어느새 나름의 언덕이 돼 있는 걸 발견했지요. 이 경험 조각들에 기대어 비스듬히나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함에 지칠 때도 있고, 가끔씩은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합니다. 이제껏 별 탈 없이 잘 걷고 있던 방향에 갑자기 겉잡을 수 없는 의심이 들기도 하고, 지극히 태연했던 발걸음이 갑자기 부자연스러워지면서 한 발짝 내딛는 힘이 너무 크게 느껴질 때가 있지요. 제 경우엔 이럴 때 가장 큰 힘이 된 건 말 한 마디 위로도, 무작정 되뇌이는 자기 암시도 아니었습니다. 겹겹이 쌓인 경험의 조각을 짚고,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가지려 했을 때 다시금 발을 뗄 수 있었지요.

이런 조각들을 모으기에 이대학보만큼 좋은 곳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겪어봤더니 이 조각, 생각보다 단단합니다. 태산만하진 않더라도, 이 조각이 모인 언덕이라면 웬만한 비틀거림 정도는 가뿐히 버텨낼 수 있을 만큼 든든한 지지대가 돼주리라 생각합니다.

앞길을 훤히 보고 있는 듯,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꼿꼿이 갈 길 가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요. 그렇지만 모두들 아시다시피 우리 대부분은 그렇지 못합니다. 흔들릴 때 흔들리더라도, 앞이 캄캄해 보이더라도 내가 쌓은 경험의 언덕에 일단 비스듬히 기대어 봅시다. 손 짚고 더듬더듬, 한 발짝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먼 길 지나온 나를 발견하며 웃음 짓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비스듬한 정진’에 이대학보가 함께하고 싶습니다. 기댈 구석을 함께 만들어나갈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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