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사대로 올라오던 길이었다.

우리들은 여느 때와 달리 사대 잔디밭 앞의 작은 공간이 자가용으로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 공간의 3분의 2에 하얀 주차 표시선이 그려져 있음을 누능로 확인할 수가 있었다.

순간 우리들은 “너무하다, 학교가 주차장인가”라는 말을 연발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이화광장을 버티고 있는 수많은 자동차 사이를 통해 등하교하는 일과, 바로 건물앞에 들어서있는 차들이 수업에 들어가는 우리의 진로를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묵묵히 그저 받아들이게 됐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이곳은 어느 기업도 아니고 서비스업체도 아닌 ‘학교’가 아닌가. 4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학교라는 공간을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선후배·동기와 함께 뒹굴면서 그야말고 나를 지켜준 삶의 성장지로서 생각해왓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의 모습은 어떠한가. 편리라는 단순한 원리속에 학교 스스로가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대 건물 앞을 보자. 차 사이사이를 가로질러있는 하얀 배선속에서 우리의 공간이라 불려질 수 있는 장소가 얼마나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삶의 현실, 즉 비좁은 공간의 문제라는 부분을 문제점으로 제시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렇다면 차량수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마련한 주차유료화에 대해 생각해보자. 교내 상존하는 차량수를 줄이기 위해서라지만 그것은 이미 돈을 낸다면 학교에 주차를 해도 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돈을 내서라도 나의 편리를 도모하겠다는 사람들의 심리에 불을 붙이는 것이며, 공식적인 배선작업은 그것의 공식화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공식화된 배선으로 학교를 주차장화하는 데 무리없이, 그것도 유료화라는 명목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는 듯하다.

이화광장에 앞에 ‘이화여자대학교 주차장’이라고 쓴 푯말이 부끄럽지 않은가. 결국 교내의 남아도는 공간들을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이화교정 어느 곳이라도 주차장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학교의공간에 대한 사고방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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