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의 다소 초라한 정문앞에서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얼핏 보면 옆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눈에 띄지 않는 럭키프라자이지만 조금 떨어져서 혹은위에서 바라다보는 이대 정문 앞 풍경이 어떤 것인지 상상해 본 적이 있는지... 나는 가끔씩 개그만화의 한 컷을연상시키는두 건물의 우스꽝스러운 부조화를 생각한다.

50년을넘게 신촌의 한구석을 면면히 지켜온 바래고 낡은 이화의 정문과, 주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비대하기만한 새로 지은 럭키프라자의 극명한 차이는 그 두가지가 지닌 상징성만큼이나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두 건물의 대조적 배치속에 소음이라는 또다른 대조 양상이 나타나고있다.

이는 요즘들어 부쩍 늘어난 럭키프라자 앞에서 이벤트 행사에서 만들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앞에서 죽 늘어서서 견본품을 나눠주는 것도 모자라 그야말로 한상차리고서 시끄럽게 상품선전을 하는 것이다.

스피커까지 설치해 놓고 열심인 그들을 보면 마치 시장 한가운데 와 잇는 기분이다.

주위를 둘러봐도 가게밖에 없는 데다가 주위사람들이 그러한 것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한 시끄러운 광경을 보면서 그것을 시장의 “모습같다”고 생각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은 오직 이화인들만인 것 같다는. 그외의 다른사람들, 특히나 그곳에서 열심히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으례 그곳이 시장인 줄 알고 있는 것이다.

이화의 담장너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화란 다수의 구매력을 갖춘 소비자집단으로 밖에는 안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요란한 마이크 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는게 아닐까. 이런 씁쓰레한 광경을 지켜보면서 나는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은 무엇을 하고 잇었기에 바로 앞의 이런 현실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는가? 우리는 지나간 혹은 껍데기만 남아있는 ‘럭키프라자 불매운동 성공’이라는 허울좋은 승리감에만 도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달라진 건 없는데도 말이다.

내가 바라는 이화는 무엇인가? 여성잡지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쇼핑하기 좋은 곳’이라는 지도에 그려진 역할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이미 그런 식으로 이화가 세상 밖에서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기어이 소리라는 형태로서 학교안으로까지 넘실넘실 들어오는 상업의 소음으로부터 우리는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것인가? 학교앞의 상업문화는 우리가 손댈 수 없는 괴물이 돼버렸다.

우리는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애써 담안을 지키고 있지만 그 벽도 이런 식으로 차츰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호한 대처이다.

물건파는 소리에 수업소리가 묻히고 상업쇼가 불법적으로 학교앞에서 실행되는 모습을 그저 관망만은 할 수 없다.

나의 작은 목소리가 이화의 큰 외침으로 이어져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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