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 남동쪽에 마다가스카르라는 섬이 하나 있다.

몇해 전 서양의 어느 제약회사는 그 섬에서 백혈병에 걸린 아기들의 치료에 효과적인 약초를 발견하여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아기들을 위한 약품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그 서양의 어느 제약회사는 마다가스카르에서 발견된 약초를 가지고 개발된 약품으로 인해 엄청나고도 박대한 경제적 이윤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약초가 발견된 마다가스카르섬 한편에서는 서양의 어느 제약회사의 약품을 구입할 돈이 없어 백혈병에 걸린 수많은 아기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아시아 대륙의 남동쪽에 대한민국이라는 조그만 나라가 하나 있다.

몇해 전 그 나라의 어느 대통령 후보는 돈 많고 권력있는 사람들이 아닌 보통사람들이 잘 살 수 있는 편안하고 좋은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그 나라의 어느 대통령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리로 인해 생긴 권력을 가지고 엄청나고도 막대한 오천억원의 비자금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오천억원의 비자금이 대통령의 주머니에 들어갈 때, 대한민국의 한 조그만 산동네의 보통사람들은 오십만원의 돈이 없어 집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내가 ‘오천억 비자금’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때는 부모님께서 부쳐주셨던 기숙사비를 부주의로 잃어버린 직후였다.

그 때 나는 만약 내게 조금이라도 저축해 놓은 돈이 있다면,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 드리지 않고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를 얼마나 절실하게 바랬는지 모른다.

그런데, 노태우 전대통령의 오천억 비자금이란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얼마나 큰 액수인지 와 닿지도 않는 그 돈을 어떻게 모을수 있었는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몇십만원에 지나지 않는 기숙사비도 모으지 못했던 나에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자리를 이용하여 오천억원을 모은 그를, 또한 ‘민중을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이 입술이나 혀끝의 말잔치로만 그쳐 무서운 위선을 보인 그를 어떤 식으로도 합리화시킬 수 없으며 또한 용서할 수 없다.

결국 나는 부모님께 말씀 드려 잃어버린 기숙사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무서운 위선을 보인 그에 대해 우리가 느낀 이 허망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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