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본인은 이대생들의 필수교양이라는 여성학 강의를 계절학기를 통해 수강했던 포항공대생임을 밝힘니다.

정말 멋모르고 들었던 여성학이라는 강의가 한달동안에 이처럼 사고와 가치관에 변화를 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특히, 여성에 대한 관점이 ‘음, 그럴 수도 있겠군’이라는 회피적 긍정보다는 ‘그래! 그거야!’라는 확신적 사고로 바뀐 것이 가장 커다란 변화였다고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본인이 다소나마 가지고 있는 보수성으로부터의 탈피는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여성학을 들으면서 느낀 점이라면 남성의 의식을 보수로부터 진보로,잠에서 깨어남으로 바꿀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지닌 존재는 여성이라는 것, 그리고 만일 남성들끼리 어울리는 상황이라면 결코 현실의 불평등이나 억압에 대해서 쉽게 인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에 도움을 준것은 강의 시간의 활발한 토론과 발표의 덕이 아니었나 합니다.

그냥 일방적인 교수님의 강의였다면 관념으로밖에는 남지 못했을 이야기들을 그룹 단위의 토론과 활발하고적극적인 발표를 통해 더욱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달동안 이대교정을 거닐며 나름대로 보고, 듣고, 배운 많은 점들이 있었습니다.

저희 학교의 썰렁한 교정에 비해 학생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활동적이며 비교적 적극적이더군요. 특히, 모든 시간에 활발하게 앞에 나와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본인은 놀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히려토론과 발표때문에 교수님의 강의 시간이 줄어들기까지 했으니까요. 이러한 점에서도 ‘우리 학교와는 많은 문화적 차이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하나 본인에게 상당히 많이 보여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한 인간으로의 당당함입니다.

과거의 여성들이 남성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은 바로 이 당당함,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현대 여성들의 옹골참,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을 바라본다는 것은 사회의 발전적인 면이 드러남을 보는 것이기에 밝게 웃을수 있겠지요. 계쩔학기를 마치며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좀더 많은 여러부류의 이대생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좀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는 시기에 있는 사람들인데, 그런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물론 여성학 시간에는 교수님의 권유로 뒷풀이까지 멋지게 끝냈습니다만, 결국 남는 것은 아쉬움이라는 공허한 감정이더군요. 학교측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주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물론 그런 대화의 마련은 학생 개개인의 몫이겠지만 처음이고 아직은 너무 서먹서먹한 입장이기에 어ㅉJㄹ 수 없었다고 위안을 해봅니다.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한번 여러분들과대화를 나누고싶습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계절학기 상호교류는 서로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여러분에게 어떠한 인상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여러분들이 저희에게 어떤 인상으로 다가왔는가는 계절학기 수강생들의 생각이 상당 부분 비슷할 것입니다.

이대생들이 결코 가부장 사회의 현모양처만은 아니듯이 공대생들도 공부만 할 줄 아는 꽁생원은 아닙니다.

서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대화를 통해서 해결해나가야 하지 않을 까요? 다음에 다시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먼저 서로서로 말을 주고 받읍시다.

글이 지루하게 길어지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처음의 부족함은 다음의 풍부함으로 넘기기로 하고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현병호(포항공대 생명과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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