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 난동사건 정리·해설

「잘못한 일은 더이상 부끄럽지 않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설령 ‘고대’를 외치며 장난 좀 쳤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지만 그 자리에서 행사를 방해한 사람은 집단폭력의 공범입니다」 -민족고대 제26대 총학생회 이것은 고대 총학생회가 93년 5월27일 한 이화인이 고대생 서너명에 의해 머리채가 잡힌채 끌려가 실신하는 등 고대생 5백여명의 난동이 문제제기되자 ‘공개사과와 파괴기물 보상, 각 대학신문에 사과광고 게재, 새내기 배움터에 대동제 난동에 관한 비디오테이프 상영’등의 약속과 함께 밝힌 글이다.

그러나 3년이 지난 96년 5월29일 영산줄다리기가 막 시작하려는 때, 고대생의 난동은 어김없이 재연됐다.

올해 고대생의 난동은 댓거리 한찬 등 본교의 사전준비도 아무 소용 없었고 본교 차명진양(환경공학·4)의 팔이 부러지는 등 우례없이 큼 피해를 낳았다.

6월 3일 이화광장에서의 규탄집회, 월요영화제대 난동 비디오 상영 6월 5일 고대 학생관 민주광장에서 항의집회 개최, 5가지 요구사항 발표 6월 19일 고대 총장명의로 치료비 부담, 졸업때까지 장학금 지급, 관련 학생 중징계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본교 총장에게 발송 6월 25일 고대 총학생회 중징계 철회 탕원서 발표 6월 26일 YMCA주최로 제2회 전국 대학생 여성포럼에서 연세대 사회극팀과 ‘고대생의 난동과 남성과 여성간의 의사소통’이란 주제로 사회극과 토론회 개최 7월 3일 고대 총학생회 학칙상 처벌철회요구, 철회하지 않으면 공동성명서 거부의사 밝힘 고대와 이대총학생회로 구성된대책회의는 5애 일간지 공개사과와 주동학생의 학칙상의처벌에 대해 초점이 모아졌는데 고대총학생회는 ‘공개사과문’은 광고형식에 따른 비용상의 문제로, ‘학칙상 처벌’은 사태의 본질에 대한 해결태도로 부적합하다란 점과 교육상의 문제, 2만 고대학의의 반대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이에 대해 본교는 손해배상의 의미로 공개사과문 게재에 대한 고대측에서의 비용 부담을 주장했고, 공동기자회견의 경우 가쉽화를 우려해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학칙상의 처벌에 대해서는 난동사건을 잘못으로 인정한 이상 강제력을 자긴 학칙으로 제도화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철회할 수 없음을 밝혔다.

이후 사건은 7월25일 ▲ 본교 차명진양에게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 지급 ▲ 「학생안전공제보험」보상금 2백만원 지급 ▲관련학생 7명 2개월간 유기정학 ▲ 고려대 1차와 추가 치료비 부담 ▲ 대동제 기간 중 고려대 학생과 전직원의 현장지도 ▲ 교내 언론기관을 통한 지속적인 계도 및 학생회 간부 수시 설득 지도를 조건으로 형식상 마무리됐다.

학생처장 전길자교수(화학과)는 “대학간의 관계와 사회적 분위기를 생각할 때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짓는 것이 낫겠다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번 해결안은 주동자 유기정학으로 고대생들에게 경각심을 갖게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총학생회 여성위원장 조혜련씨(사복·96년졸)는 사건해결안에 대해 “학교차원에서 최선의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고대 학생과 교직원의 현장지도는 이화인을 보호대상으로 인식, 자율성 침해등의 이유로 거절한 호랑이 포졸단과 별반다를게 없다”며 “재발시 중징계 방침을 약속받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여성학자인 수잔 브라운 밀러는 강간을 ‘모든 남성이 모든 여성을 공포상태에 묶어두는 의도적인 위협행위’라고 정의한다.

이화 대동제에서 벌어졌던 고대생 난동은 주체가 남성, 대상이 여성이고 난동이 벌어지는 공간이 여성들의 공간이라는 점에 착목할 때 고대생 난동은 사회·정치적 우위를 가진 남성집단에 의해 여성집단에 가해진 집단적인 성폭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재발방지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안은 될 수 없다.

이에 여성위원회는 고대와 이대라는 양교의 입장을 떠나 각 대학에서의 일상적으로 다양하게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한 담론화를 진행시킬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 대학 연대소모임을 기반으로 여러 대학의 동시다발적인 포럼을 기획하고 있다.

지금에 또다시 고대생 난동에 대해 거론하는 것이 이상스럽게 여겨질 만큼 고대생의 난동은 다 해결된 듯 사람들의 관심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진정으로 끝난 것일까. 이화인들이 대학가의 낭만으로만 회자됐던 대동제의 고대생 난동을 성폭력으로 규정, 피해자로서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했던 성과가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이화인들이 피해자로서의 여성이란 입장을 타자화시킴으로서 희석화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상속에서 다양한 양태로 벌어지는 성폭력을 이화인이 아닌 피해자인 여성으로서 삶속에 드러내야 한다.

일상속에서 여러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또 다른 ‘고대생 난동’에 대한 우리의 움직임은 이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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