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노동자대회에 참가하고 1백60여명 폭력연행한 「문민」정부 14일(토) 오전 11시 50분경 「전국 구속·수배·해고 노동자 원상복직 투쟁위원회(전해투)」 소속 해고 노동자 및 학생 60여명은 여의도 소재 한국노총회관이 들어가 「노·경총 임금합의 분쇄」「이용노총 해체」를 주장하며 사무총장실과 노총건물 옥상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우리과 사람들은 해고노동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3시경 원래 열리기로 돼있던 영등포역 광장으로 갔더니, 여의도 노총회관 앞에 전투경찰들이 투입되어 해고노동자대회의 장소를 여의도로 옮겼다고 햇다.

어용노총을 이용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려는 자본과 정권의 의도를 막으려는 작업을 노총건물내 점거농성과 건물밖의 집회로 동시에 한다는 것이었다.

전해투노동자들이 노총점거농성을 시작한지 몇분만에 경찰병력이 집결됐고 걸려했던 플래카드는 노총직원들에 의해 찢겨졌다.

밖에서 집회를 하고 있던 학생들은 처음에는 15명, 30명 정도였다가 1백 50명, 3백명으로 늘어났다.

그 사이 진행된 면담에서 노총은 「노총이 해고자 문제를 이야기할테니 농성을 풀어라. 그렇지 않으면 각목으로 강제해산시키겠다」라고 엄포를 놓았고, 전해투측은 「노총이 기만적인 임금합의로 노동자의 투쟁을 잠재우려 했던 것을 인정하고 노·경총 임금합의를 무효화한다는 기자회견을 하라」고 답변했다.

노총직원에 집단구타 당해 실신한 사람에 대해 경찰은 가해자를 잡아가기는 커녕 피해자를 잡아갔고, 밖에서 비를 맞으면서 집회를 계속하고 있던 우리대열을 완전히 에워싸 포위하고는 해산하라고 위협했다.

건물 앞의 항의 대오가 여의도백화점쪽으로 옮겨가는 순간, 건물안에서는 노총이 동원한 깡패들과 노총직원들이 마구잡이구타로 사람들을 실신시키고, 그들을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이들을 연행했다.

여의도 백화점 쪽에서 다시 노총회관쪽으로 오려던 항의대오도 전경과 백골단에 의해 구타당하고 연행됐다.

동료들이 연행되고 도망다니면서, 여의도는 거의 아수라장이 되어버렸고, 얼마후 남은사람들 다수가 모여서 민주당사에 있는 전해투 농성장에서 철야농성을 했고, 다음날 영등포경찰서에 항의방문을 했다.

토요일의 그 아수라장 속에서 연행된 사람은 우리과의 한 학생을 비롯 82명이나 됐고, 학생들은 구류 또는 훈방이었으나 전해투 노동자는 많은 분이 구속됐다.

월요일의 규탄집회역시 경찰에 의해 포위된 채로 진행됐고 다시 89명이나 연행됐다.

「설마 문민정부는 다르겠지」라는 토요일의 예상, 「설마 오늘은 다르겠지」라는 월요일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문민정부라는 이름으로 김영삼 정권이 등장한지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다.

대통령이 군인출신이 아니라서 문민이라면, 제주도 민중을 그렇게 학살했던 이승만정권 역시 문민정부가 아니었던가? 노·경총임금합의를 폭력으로 고수하고, 민중의 생존권요구마저도 폭력으로 압살한 정권. 한편으로는 「사회적 합의」「국가경쟁력 강화」 이데올로기를 동원하고 한편으로는 폭력을 동원하여 민중을 탄압하는 것을 보면 문민정부와 폭력정권이 동전의 양면같이 느껴진다.

이지윤(법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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