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버스 속에서 억울하게 폭행당한 어느 남자 대학생의 요청으로 목격자 증언을 하러 파출손에 동행을 한 일이 있었다.

상황설명을 열심히 하는 나에게 경찰 한 명이 던진 한마디는 바로 이것이었다.

『여자가 왜 이리 나서는 거야?』 너무나도 기가 막힌 나는 그냥 집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또 한번은 교외에서도 아닌 교내에서 흡연하는 여학생을 지나가는 남자인부가 때리려 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누구 학교인지를 의심케 하는 사건이었다.

「여성」흡연만을 특별히 문제삼을 수도 없을 뿐더러 또 자신이 볼 때 못마땅한 행동이었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손이 올라간 그 아저씨의 당당한 행동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이 이야기를 아는 남학생에게 했더니 『맞아도 싸지』라는 더욱 기가막힌 말을…. 우리나라 남성들은 대체 뭐길래 여성들에게 마음대로 손을 대도 된다는 것인가. 그러나 한층 더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같은 여성들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일 때이다.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판결에 대해서 불만을 품고 있는 여학생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꼬리 쳤겠지』 또는 『멀쩡한 여자를 왜 남자가 건드려』라는 엄청난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대생들이 많았던 것이다.

순간 충격! 이렇게 용기있는 여성들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는 여성들이 많다.

어째서일까. 우리나라 남성들의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치관에 묶여있는 상황이면서도 오히려 그것으로 여성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을 옭아맨다.

남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다른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며 멸시하는 행동을 보이면 그 태도에 대한 비판은 커녕 남성의 판단기준을 슬그머니 따라가 버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자들 너무 싫어! 어쩜 그럴 수가…』라고 그나마 감정적인 불만을 토로하는 여성들도 막상 조금만 노력을 하면 개성의 여지가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뒤로 물러나는 비겁함을 많이 보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여자가 어떻게』. 그리고 뒤 잇는 끊임없는 손가락질. 아무리 여성학이 발달한다해도 이러한 대다수 여성들의 보수성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용기있게 여성의 편에 서서 「인간」으로서의 여성의 권리를 쟁취못했기에 우리가 지금도 남성중심의 사회곳곳에서 멸시를 받고 있는데, 우리가 지금 눌러 앉아 현 상황에 만족하면 우리의 딸 세대들도 똑같은 멸시를 받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언제나 뒤로 미루는 일들, 이제 하나씩 하나식 정리를 해서 찾아야 할 것은 찾고 없애야 할 것은 없애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주변, 그리고 바로 내 옆에 생각보다 훨씬 뿌리깊게 박혀있는 가부장적, 유교주의적 사고관으로 인해 제약받던 일들. 진정 스스로 떳떳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면 당당히 주장할 줄도 아는 용기가 우리 모두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추국희(서양화·4)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