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빈발하는 다른사건들과 국민특유의 망각증세로 인하여 진정되어 가고 있으나, 60년대의「와우아파트붕괴사건」을 연상시키는 신도시아파트 부실시공문제는 우발적이기보다는 계획수립과정에서부터 배태된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신도시계획을 포함한 주택정책전반에 대한 재검토기회를 제공한 점에서 어떤 의미로는 다행한 일이다.

사회적 유동성이 강한 서구와 달리 주택에 대한 소유욕구가 강한 우리 사회에서 주택소유는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족의 심리적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주된 무주택계층인 근로자의 주거안정은 근로의욕의 고취를 통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동일한 교육, 연령, 그리고 직업집단내의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주택소유여부에 따라 사회의식이 달라질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면 현금의 주택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돌이켜 보면 현재의 주택난은 5공화국이 매우 중요한 경제 치적으로 제시하는 물가안정의 위하여 80년대 초부터 강제력을 동원하여 아파트 분양가격을 통제하면서 시작되었다.

인구의 도시, 특히 수도권집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의 가격통제는 주택의 신규공급유인을 억제함으로써 초과수요현상을 유발한 것이다.

그결과 주택보급률은 80년의 71.2%에서 89년의 70.9%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수급의 불일치가 6공화국의 사회적 이완기에 불로소득의식의 팽배로 인한 부동산투기현상과 어우러져 주택및 전세가격의 폭등을 유발하고, 이것은 다시 건축경기의 과열을 수반하는등 나선형의 가격상승현상으로 나타난것이다.

건축경기의 과열로 인한 인력난, 자재난, 자금난은 건설부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국민경제전반에 심대한 부정적영향을 미쳤다.

시중의 인적, 물적 자원이 편중됨으로써 사회적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크게 저해받게된 것이다.

주택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자 정부는 다양한 정책대안을 제시하였다.

주택임대차계약기간연장, 물가연동에 따른 아파트분양가격인상, 상환사채제도입, 공공주택건설확대, 5개 신도시건설, 그리고토지공개념제도의 강화가 바로 그것으로서, 이들은 대통령의 선거공약인 주택 2백만호 건설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중 신도시개발계획은 주택정책뿐만 아니라 정부의 다른 정책과정에서도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징들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도시개발계획의 특징은 다른 많은 주요정책과정들이 그랬듯이 정책결정이 청와대 보좌관, 기획원과 건설부관료 등의 극소수집단에 의하여 최단기간에 내밀히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부동산투기에 시달리던 당시 개발정보누설이 미칠 부정적 효과를 의식하였음직하지만 소수에 의한 최단기간내의 극비계획 수립은 정책목표와 대상집단, 정책수단과 대안, 그리고 계획집행과 관리주체 등의 신도시 계획 전과정에 대한 면밀주도한 사전검토를 충분히 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그 결과 수많은 문제점을 노정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우선 정책목표와 대상집단선정의 모호성은 일관성 없는 분양신청자격선정으로 나타났다.

시행초기단계에는 분양신청이 미달할 것을 우려하여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의지도 없는 장미빚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다가 경쟁율이 치열해지자 신청자격을 분양가구수의 20배수로 제한하고, 또한 현지 거주주민의 당첨율이 낮다는 비판이 일자, 추가로 이들에 대하여 일정비율을 배정하는 등의 사후조치를 취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문제발생 직후에 즉흥적으로 계획되고 임기응변적으로 시행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부의 기존정책방침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통하여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주택수요자들의 선의의 노력을 포기하게 만든다.

그 결과는 재산증식을 노리는 사람들의 투기유인만을 부추길 뿐이다.

신도시계획의 일관성결여는 정부부처간의 협조와 조정기능의 미흡과도 관련된다.

계획수립과 집행기능의 분리는 많은 역기능과 부작용을 산출하였다.

집행에 대한 부담이 없는 계획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계획수립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수직적으로 내려온 계획에 대한 집행책임만을 떠맡은 행정관료들은 책임회피와 무사안일, 그리고 기관이기주의만을 추구할 뿐이다.

이것은 신도시아파트분양가격인상문제에 대한 기획원과 건설부, 서울·신도시간 연계교통문제를 둘러싼 건설부와 서울시, 팔당호의 건설자재용 골재채취문제에 관한 건설부와 환경처의 의견대립과정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은 그자체로는 부정적이지 않을 수 있으나 그것이 기관이기심 등의 관료의 역기능행태에 기반을 둘 때는 합리적인 문제해결을 제약하는 제도적 경화증을 유발하고 그 결과 주택수요자, 나아가서 일반국민에게 부정적인 파급효과만을 가져다 줄 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할때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착수해야될 작업은 자명해진다.

먼저, 신도시계획을 포함한 주택정책의 기본 목표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주된 주택공급대상집단을 누구로 할 것인가, 건설주체를 정부와 민간부문사이에 어떻게 정할것인가 등의 중요문제에 대한 기본목표를 소수의 참여자들이 밀실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에 기반하여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다음은 기본목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정부각부처 사이의 통합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부처간의 할거주의와 이기주의는 국민적 목표달성을 위하여 희생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주택문제와 관련된 교통, 환경, 상하수도등의 도시기반시설에 대한 종합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특히 신도시건설계획과 관련하여, 영국의「밀튼·케인즈」나 프랑스의「이루다보」뉴타운계획이 10년 이상의 장기계획을 바탕으로 전담기구를 두어 신중히 개발한 경험을 지금이라도 배울 필요가 있다.

대통령 선거공약사항이므로 모든 부작용을 무시하고라도 임기내에 종료하겠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 차세대의 주거환경까지 고려하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주택정책수립, 집행 및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지적된 몇 가지점이라도 정부가 수용하여 주택정책의 일관성이 확보되고 예측능력이 제고됨으로써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감이 증진되고 장기적으로 사회안정이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주택을 재산증식의 수단이 아닌 생활을 영위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건정한 시민의식도 요구된다.

송희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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