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선언 4돌을 맞이할 즈음 서울사회과학연구소(이하 서사연)소속 일부 연구원들이 이적표현물 제작 혐의로 연행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상태이다.

4년전 내걸었던 민주화의 공약이 기억속에서만 남아있는 지금, 이제 급기야는 학문연구자의 연구발표의 자유조차 제한 당하고 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으례히 떠오르는 물음이 있다.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국민 각자의 의견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갖는다는 점에서 지지되어 왔다.

그리고 그 의견수렴을 위해 무엇보다 전제되어야 할 것이 개개인의 의견개진이다.

학문연구자의 경우 그의 연구성과물을 토론이나 지면을 통해 발표하는 것으로 그의 의견을 개진한다.

만일 제출된 의견이 문제구조에 적합하지 못할 경우 상호간의 논리적 비판을 통해 지양 혹은 개선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사연 연구원들의 논문들은 그것이 이적표현물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원칙적으로 사법적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만일 논문들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면 사법부가 아니라 관련분야의 토론구조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론을 떠나 기존의 국가보안법과 같은 규제장치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이번 구속은 그 당위성을 주장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문제의 논문들에 대한 논지나 작성경로의 합법성이 명백할 뿐만 아니라 논문의 내용에 있어서 현존사회주의나 한국사회의 학문적 분석일 뿐이며 대학내에서 학위논문과 관련하여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즉 그간의 정부정책을 충분히 고려해도 이들 논문은 사법부가 명명한 바 이적표현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서사연 탄압사례에 대한 여론은 상황론적인 분석에 기울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여론에 의하면 논문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은 부당한것이니 무죄석방하라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설사 이들 논문이 국가보안법의 적용례에 적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이들은 무죄석방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민주사회에서는 누구도 의사개진의 자유를 박탈당할 수는 없다.

제한되어야 할 것은 표현이 아니라 표현을 억압하는 기제들이어야 하는 것이다.

정부가 민주주의를 존중한다면 서사연 연구원들을 무죄석방하고 학문연구와 발표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현남숙(철학과 대학원 1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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