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시론 건강한 시민운동을 벌입시다 과도한 입시경쟁 함께 사는 정신 결여시켜 20여년 전에 나는 미국 보스톤 근처의 한 조그만 국민학교에서 2년동안 교사로 일한 적이 있다.

첫 해에는 6학년을, 다음해에는 4학년을 담임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게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냈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때는 그일이 그렇게 힘들다고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겁없이 맡았었던 것 같다.

무지의 만용은 이와같은 경우를 일컨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나는 그 기간동안에 학생들을 가르쳤다기 보다는 학생들과 동료교사들과 학부모들로 부터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우선 그들의 교과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 경우로 말하자면 국어에 해당되는 읽기에 상당한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이었다.

그들의 근본적인 생각은 많은 양의 책이나 정보들을 신속히 읽고 정확히 이해하여 효율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사회생활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므로 이 능력을 굼니학교에서부터 쌓아주자는 것이라고 했다.

각 교실마다 학생들의 정도에 알맞는 여러종류의 책들이 충분히 구비되어 있었고 일주일에 한 시간씩 도서관 이용법을 실습시키고 있었다.

또한 매일 철자법 시간을 통해 단어의 뜻과 사용법을 올바르게 가르치면서 저학년 학생들에게도 어떤 특정한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질문 받았을 땐 정확한 단어로 분명하게 대답하도록 훈련시키고 있었다.

교사들이 주의사항이나 전달사항을 알려줄 때에는 되풀이말하는 법이 없고 쓸데없이 장황한 설명을 하는 법도 없었던 것이 내게는 참으로 신기하고 부러웠었다.

또 하나 감튼스러웠던 것은 그들 모두에게서 느껴지던 건강한 시민정선이었다.

학생들은 노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열정적으로 극성스럽게 뛰놀다가도 일단 수업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질서정연하게 교실로 들어오고 그 과정에서 서로 밀치거나 떠들지 않으며 여학생들에게 먼저 길을 양보하는 태도들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었다.

벽이나 길바닥에 낙서하지 않고 자기가 떨어뜨린 휴지는 반드시 자기가 주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이었다.

남에게 실례되는 일은 가능한한 절대로 저지르지 않으며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제대로 실천하는 기본적인 휸련이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간을 지키며 기본적인 공중질서를 중시하며 이행하는 것이 곧 건강한 시민정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내가 또 잊지 못하는 것은 한달에 한번 있는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는 부모들의 태도였다.

그들의 첫번째 관심사는 자기네의 자녀가 학교생활에 얼마나 잘 적응하는가인 듯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가, 선생님에게 무례하지는 않는가, 학교에서 지켜야하는 규칙들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가 등을 우선 묻고 어느 과목에 특별한 흥미또는 싫증을 내고있는가에 대한 토의가 담임교사와의 면담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교사들은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관찰을 정직하게 학부모에게 알려주면서 학생들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근본적인 훈련과 지식을 습득 시키는 일에 매우 열심인 것 같았다.

내가 새삼스럽게 20여년전의 기억을 약간 미화시켜가면서 되새겨 보는 것은 요즈음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팽배해있는 무질서의 원인은 우리들이 근본적인 시민정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데에 그 원인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우리 캠퍼스에서 부터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통해 시민정신을 구현하는 훈련을 스스로 해보자고 제안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경제 발전과 민주화 운동에 너무 급급하느라고 민주 시미닝 갖추어야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들을 너무나 무시해왔다.

어린이들은 국민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과 공부와 여타의 활동에 몰두하느라고 시민정신이로 공중도덕이고를 몸에 익힐 시간이 없다.

과도한 경쟁에서 이겨야만이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으므로 무슨일이든지 남보다 빨리, 먼저, 많이 해내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남에게 실례되는 일은 삼가며 자기가해야할 사소한 일들까지를 꼬박꼬박 틀림없이 하다가는 낙오자가 되기 쉽다.

그러 공부를 잘해서 일류대학에 입학하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이 최대의 과업이요 효도의 길이다.

이런 생각들은 요즈음 대부분의 어린이나 어른들의 다같이 체질처럼 간직하고 있다.

결국 우리들이 우리들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누구의 잘못이라고 탓할수 조차 없게 되었다.

그러나 바야흐로 21세기는 밝아오고 있다.

세계는 좁아져서 전세계인이 한 마당에서 호흡하며 살아야하게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기본적인 공중질서조차 무시하면서 내가 편하기 위해선 어는 누구의 불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미성숙한 우리들의 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새학기를 맞이하면서, 작은 일에서 부터 우리들의 시민정신을 키워가자고 제안하고 싶다.

우선 남에게 실례되는 일은 적극적으로 피하자. 대형강의실을 드나들때 떠들고 밀치치 말고 종이컵과 휴지를 아무 곳에나 버리지 말자. 도서관에서 때로는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여러개의 자리를 미리 잡아놓아서 다른사람의 이용을 방해하는 일도 삼가하자. 다름으로 올바른 언어생활을 하는데 노력하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분명한 어휘로 품위있게 표현하자. 질문자의 구미에 맞는 답을 찾으려고 애쓰기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구체화하도록 노력해 보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연속극의 흉내를 내서 『∼걸랑요』『지가요∼』하는 따위의 저석한 말투는 우리들을 격하시키는 역할 을 할 뿐이다.

그리고 남의 이야기를 끝까지 진지하게 들어주는 태도를 기르자. 다음으로 페어플레이정신을 익히자. 성실하게 노력한 후에 결과를 정직하게 수용하면서 자신과 상대방의 권리롸 의무를 동등하게 존중하자. 목소리 큰 소수가 조용한 다수를 멋대로 이끌어가는 횡포도 이제는 자제하자. 이상에 열거한 일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Any Body Can Do) 또 해야하는 일들이다 . 이 ABCD운동을 우리 조용히 시작해보자. 질서와 절제가 있느 ㄴ아름다운 교정을 우리들이 구축해 보려는 노력은 무엇보다도 의미있는 결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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