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표면적으로 대립되는 사안을 볼 때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문제지만 등록금이나 행정 변화 등의 이슈에 대해 기자들의 전문적인 입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학생이니까 무조건 학생의 입장에 서야 한다’가 아니라 학보의 기본적 관점이 있다면 그것을 피력해야죠. 노:저희는 학보가 이화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이 형성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기사를 읽고 판단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려고 노력해요. 인:단기적으로 하나의 입장 뿐만 아니라 여러 입장을 조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숨어있는 이화인들의 의견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보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나요? 임:학보를 통해 전달해주는 것은 많았지만 여론화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이화인들로 하여금 생각해 볼만한 화두를 제시하는 점이 부족해 어떻게 보면 정보지에 머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권한라(권):학보는 그 어떤 입장도 개진하지 않기 때문에 비판 또한 받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과 학교 당국의 정보를 모두 아우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분명히 학보의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언론이 아니죠. 인:학보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만큼 학생사회 내의 역동성을 찾아가는 것도 한 의무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대학보만이 가진 장점이나 단점, 다른 매체와의 차별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저는 학보가 일간지처럼 굳이 세련됨을 지향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모양이나 디자인보다 내용을 더 알차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예쁜 신문이 아니라 내용면에서 알찬 신문이 됐음 해요. 인:저는 오히려 학보가 일간지와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글씨체가 꼭 신명조여야 하나?’ 라는 생각부터 구성과 글을 쓰는 방식도 기성 일간지와 매우 흡사한 느낌이에요. 보다 파격적인 시도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또한 이대학보 내용의 색깔을 결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권:저는 인터넷 언론과도 비교하고 싶은데요, 인터넷과 인쇄물의 차이점은 속보성에 있는데 인쇄매체는 속보성보다 깊은 시각으로 사건을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보의 기사는 취재가 관건이에요. 취재를 통해 학보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임:언젠가 학교 홈페이지에 학보사의 설문조사 창이 떠있는 것을 봤는데 학생들의 여론을 모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시도였던 것 같아요. 학보가 학생들의 참여를 더욱 유도했으면 좋겠어요. ▲학보를 보면서 보완했으면 하는 점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임:대학 사회 전체의 상황이 잘 반영이 되지 않고 소재가 이화에만 국한된 듯해요. 전체적인 대학사회의 문제와 학생들의 관심사도 잘 반영됐으면 해요. 이:한 설문조사에서 이화인의 64%가 연애를 꼭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봤는데 이런 가벼운 주제라도 이화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밌는 주제들을 많이 다뤄주면 좋을 것 같아요. 노:방금 말씀해 주신 가볍고 재밌는 이야기들은 기사로 다뤄줄 만한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고 판단하게 되는 게 사실이에요. 파격을 시도해보고도 싶지만 무언가를 바꿨을 때의 두려움과 갑작스럽게 바뀌면 독자들이 충격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인: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지금의 학보는 충격이 없어서 문제인 것 같아요. 권:학보의 문화생산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아요. 가령 미대 학생들이 하는 작품 창작이나 문과대 학생들의 소설 창작 등 학생들의 활발한 문화활동은 있는데 이를 드러낼 수 있는 장소는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학보에 대한 얘기나 학보사 기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편안하게 해주세요. 이:이제 곧 들어올 02학번 중에서도 저같은 학보 매니아가 있을 것 같고(웃음), 학보사도 나름의 계획이 있을 텐데 내용면에서 생각할 기회를 주는 신문이 됐음 좋겠어요. 권:경쟁지가 없다는 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타학교의 언론을 만드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보고 소통도 잘됐으면 해요. 임:학교 홈페이지가 학교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학보는 학생의 입장에 가깝잖아요. 기존의 관례에서 벗어나 별종같은 학보의 모습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노:학보사 안에 있기 때문에 순수한 독자인 이화인의 의견을 더 모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이 자리를 통해 듣고 싶은 것 이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장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 기자명 김현주
- 입력 2002.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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