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에 학보를 받아볼 때의 느낌은 어떤가요? 이현진(이):전 월요일이면 일부러 학보를 찾아 다녀요. 아침에 일어나 찬 우유를 마시는 신선함이랄까요? 그런 기분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이대학보를 타대 학보와 비교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 학교 학보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학술면을 통해 잘 모르는 지식들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알게 되고 또 이렇게 학보에서 얻은 지식을 말할 기회도 있었어요. 임은규(임):이화인들이 학교 일에 관심없다는 이야기도 많은데 학보는 그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월요일에 학보를 보면 이화인이라는 것을 느끼게 돼죠. 노아실(노):저희는 이번주에 무슨 일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나 기대보다는 오타나 잘못된 기사·사진 등의 기술적인 것을 많이 보게 되요. 매주 월요일 평가회의를 하지만 이화인들이 신문을 받아보았을 때의 반응이나 저희가 일주일간 노력한 부분이 신문에 얼마나 실현됐는지 그런 부분이 궁금하죠. 인수진(인):일주일이란 기간에 너무 얽매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말하는 부분보다 더 깊은 것을 오랫동안 관찰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보의 두께가 얇아지는 것을 걱정하기보다 깊이 있는 기사를 쓰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학보에서 읽은 기사 중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나요? 인:장애인이 운전면허를 따는 과정을 그린 시각면을 주의 깊게 봤어요. 지금은 언론에서 유행처럼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엔 그렇지 않았거든요. 제 친구는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했어요. 이:학교 내 문제에 너무 집착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본 한 대학 신문은 운동권 투쟁기사가 많았었는데 이에 비해 우리 학교는 여러 방면을 다루는 게 좋아 보였어요. ▲평소에 학보를 보면서 궁금하신 점이 있나요? 이:전여옥씨가 편집국장이었을 땐 이른바 한참 ‘운동’을 하던 때라 경찰들이 와서 학보사를 뒤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학보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학교의 압력이나 간섭이 없는지 궁금해요. 노:예전처럼 무력으로 통제하는 일은 없어요. 학교 측에서 기사화를 요구하는 사안들도 있지만 학보사 내부에서 기사꺼리를 거르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학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진 않아요. 임:학교측에서 기사 수정을 요구한 적이 있었나요? 노:기사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 원칙적으로 안되고, 보여주지 않는다고 문제가 된 적도 없었어요. 인:학보사 기자들은 기사를 주로 어떤 시각에서 보는지 궁금해요. 학보의 시각은 무엇입니까? 노:학내 문제의 경우에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또 기획기사에 있어서 학교를 벗어나 사회적인 문제를 다룰 때는 약자의 편에 많이 서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부서마다 특징은 다르지만 대학생의 시각에서 봤을 때 정의롭다,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것에 힘을 실어주려고 합니다.

인:표면적으로 대립되는 사안을 볼 때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문제지만 등록금이나 행정 변화 등의 이슈에 대해 기자들의 전문적인 입장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학생이니까 무조건 학생의 입장에 서야 한다’가 아니라 학보의 기본적 관점이 있다면 그것을 피력해야죠. 노:저희는 학보가 이화인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이 형성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기사를 읽고 판단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려고 노력해요. 인:단기적으로 하나의 입장 뿐만 아니라 여러 입장을 조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 숨어있는 이화인들의 의견도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보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나요? 임:학보를 통해 전달해주는 것은 많았지만 여론화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이화인들로 하여금 생각해 볼만한 화두를 제시하는 점이 부족해 어떻게 보면 정보지에 머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권한라(권):학보는 그 어떤 입장도 개진하지 않기 때문에 비판 또한 받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학생과 학교 당국의 정보를 모두 아우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분명히 학보의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언론이 아니죠. 인:학보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만큼 학생사회 내의 역동성을 찾아가는 것도 한 의무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대학보만이 가진 장점이나 단점, 다른 매체와의 차별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저는 학보가 일간지처럼 굳이 세련됨을 지향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아요. 모양이나 디자인보다 내용을 더 알차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예쁜 신문이 아니라 내용면에서 알찬 신문이 됐음 해요. 인:저는 오히려 학보가 일간지와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글씨체가 꼭 신명조여야 하나?’ 라는 생각부터 구성과 글을 쓰는 방식도 기성 일간지와 매우 흡사한 느낌이에요. 보다 파격적인 시도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또한 이대학보 내용의 색깔을 결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권:저는 인터넷 언론과도 비교하고 싶은데요, 인터넷과 인쇄물의 차이점은 속보성에 있는데 인쇄매체는 속보성보다 깊은 시각으로 사건을 분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보의 기사는 취재가 관건이에요. 취재를 통해 학보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임:언젠가 학교 홈페이지에 학보사의 설문조사 창이 떠있는 것을 봤는데 학생들의 여론을 모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시도였던 것 같아요. 학보가 학생들의 참여를 더욱 유도했으면 좋겠어요. ▲학보를 보면서 보완했으면 하는 점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임:대학 사회 전체의 상황이 잘 반영이 되지 않고 소재가 이화에만 국한된 듯해요. 전체적인 대학사회의 문제와 학생들의 관심사도 잘 반영됐으면 해요. 이:한 설문조사에서 이화인의 64%가 연애를 꼭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봤는데 이런 가벼운 주제라도 이화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재밌는 주제들을 많이 다뤄주면 좋을 것 같아요. 노:방금 말씀해 주신 가볍고 재밌는 이야기들은 기사로 다뤄줄 만한 중요성을 갖지 못한다고 판단하게 되는 게 사실이에요. 파격을 시도해보고도 싶지만 무언가를 바꿨을 때의 두려움과 갑작스럽게 바뀌면 독자들이 충격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인:두려움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지금의 학보는 충격이 없어서 문제인 것 같아요. 권:학보의 문화생산자로서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아요. 가령 미대 학생들이 하는 작품 창작이나 문과대 학생들의 소설 창작 등 학생들의 활발한 문화활동은 있는데 이를 드러낼 수 있는 장소는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학보에 대한 얘기나 학보사 기자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편안하게 해주세요. 이:이제 곧 들어올 02학번 중에서도 저같은 학보 매니아가 있을 것 같고(웃음), 학보사도 나름의 계획이 있을 텐데 내용면에서 생각할 기회를 주는 신문이 됐음 좋겠어요. 권:경쟁지가 없다는 게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타학교의 언론을 만드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보고 소통도 잘됐으면 해요. 임:학교 홈페이지가 학교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학보는 학생의 입장에 가깝잖아요. 기존의 관례에서 벗어나 별종같은 학보의 모습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노:학보사 안에 있기 때문에 순수한 독자인 이화인의 의견을 더 모를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이 자리를 통해 듣고 싶은 것 이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장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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