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으로 밥 먹지 말아라. 복 나간다” 할머니는 왼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밥을 먹는 손자에게 ‘바른손’인 오른손을 대신 사용하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왼손에 대한 차별이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인도와 네팔을 비롯한 중동 지방사람은 오른손을 ‘밥 먹는 손’, 왼손을 ‘용변 후 처리하는 손’이라 여긴다.

중국사람은 왼손으로 명함을 내미는 것을 협상이 결렬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과거 일본에선 왼손잡이라는 이유로 아내를 내쫓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듯 나라마다 존재하는 금기를 살펴보면 유사한 것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옛날부터 불결하고 더러운 것으로 터부시 해온 월경도 그 중 하나다.

월경 중인 여성이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것을 금했고 생리하는 여성이 앉았던 자리에 남성이 닿으면 부정해 진다는 억지스런 생각은 몇몇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옛 금기인 ‘명절날 일하지 말라’와 성서의 ‘안식일에 일하지 말라’도 비슷하다.

고양이는 동·서양에서 화를 불러오는 동물로 인식해 왔다.

반면에 특정 국가에만 존재하는 금기도 있다.

금기란 각 사회의 독특한 문화나 사고방식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같은 식탁에서는 우유와 고기를 함께 먹을 수 없다’는 독특한 금기를 갖고 있다.

맥도날드는 고기와 유제품인 치즈가 들어간 치즈버거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예루살렘에 진출할 수 있었다.

제스처는 만국 공통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동일한 몸짓이 나라에 따라 상반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가령 최고라는 뜻을 말하기 위해 호주에서 엄지 손가락을 세워 흔들었다간 몰매 맞기 십상이다.

이는 ‘엿 먹어라’는 의미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자리에선 금해야 할 제스처다.

침뱉기도 나라별로 의미상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아무데나 침을 뱉는 행위를 금기시하며 특히 다른 이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은 모욕적인 행동이라 여긴다.

하지만 중국에 가면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침을 뱉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침뱉기를 몸에서 노폐물을 배출하는 긍정적인 행위라 여기기 때문이다.

소금도 나라별 상반된 금기의 한 예다.

우리나라는 소금을 액운을 쫓는 물질로 생각해 문밖에 뿌리기도 하지만, 반대로 영국은 소금을 식탁에 쏟으면 불운을 불러오는 것으로 여긴다.

금기는 시대의 영향도 받는다.

대표적인 것이 남자와 여자는 서로의 옷을 바꿔 입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자 옷 고쳐서 남자 옷 만들면 재수없다’는 금기가, 히브리 성서는 ‘여자는 남자의 의복을 입지 말 것이요, 남자는 여자의 의복을 입지 말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커플룩이나 유니섹스옷이 급속도로 유행하는 것으로 봐서 이 금기는 더 이상 효력이 없는 듯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학교 최샛별 교수(사회학 전공)는 “국가간의 교류를 통해 외부의 문화를 받아드리고 상대성을 인정하는 분위가 큰 몫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금기는 시대와 나라별로 그 모습을 달리한다.

금기의 세계에선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와 ‘피레네 산맥 이쪽의 정의는 저쪽 나라에서의 불의다’는 말, 둘 다 통하는 셈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