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농민의 음악)’이란 명칭의 어원은 일본의 탈놀이인 능악(能樂)의 발음인 ‘노가꾸’를 본떠서 만든 것이다.

이는 일제시대 때 일본이 우리의 문화를 말살하고 농업을 장려하기 위해 풍물을 도구화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름이다.

이런 사실은 한국인으로서 기분나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농악이란 명칭에 대신 ‘풍물’을 많이 쓰는 것도 이와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인간의 성기를 일컫는 다양한 명칭 중에도 기분 나쁜 의미의 한자어가 다분히 섞여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보통 외부 생식기를 일컫는 음부(陰部)와 동의어로 쓰이는 치부(恥部)는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부분’이라는 의미다.

인간의 생식기를 뜻하는 단어가 부끄럽다는 의미의 명칭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런 상황은 특히 여성의 외성기 명칭에서 두드러진다.

음문(여자의 외부 생식기)·소음순(질과 요도 입구를 보호하기 위한 두 장의 꽃잎처럼 생긴 보호막)의 ‘그늘 음’은 ‘음지의 음란한 것’이라는 인상을 풍긴다.

여자의 음부를 가리키는 또 다른 말인 소문(小門)·음문(陰門)·하문(下門)은 한자어만 풀이해 봐도 남자의 양경(陽莖)·양근(陽根)과 대비됨을 쉽게 알 수 있다.

여성의 외성기에는 ‘작을 소’, ‘아래 하’가 들어가는 반면 남성의 외성기에는 ‘볕 양’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생식기의 이름을 ‘거기 아래것’이라고 돌려말하는 것이 사회적인 미덕인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명칭이 별다른 거부감을 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식의 명칭은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성기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부추길 여지가 충분히 있다.

사실 자궁·난소와 같은 여성의 내성기의 경우는 그 명칭에 별다른 흠은 없다.

아이를 기르는 궁전(자궁)이나 난자의 보금자리(난소)는 인체에서 내성기가 맡은 역할에 충실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음핵(陰核)을 클리토리스(clitoris), 음모를 성모라고 바꾸어 음과 치라는 글자를 쓰지 않으려는 노력도 보인다.

이에 그치지 말고 앞서 언급했던 음문(陰門)의 경우를 하문(下門)과 같은 동의어 대신에 ‘옥으로 꾸민 화려한 문’이라는 뜻의 옥문(玉門)과 같이 높혀 부르는 동의어를 좀 더 상용화시켜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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