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불륜이었고 영어공부는 제국주의 언어라고 되외시됐던 시기였어요, 오직 정치적인 관심 "나"의 관심이었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배했었죠" 인문대 제2대학 문화철학을 강연하는 수원대 철학고 이주향교수는 회고한다.

술병을 부딪치며 동지가를 부르는 한쪽에서는 나직히 사랑노래를 읊조리고 자신과 민중을 동일시 하면서도 어느새 부르주아 문화를 동경하는 자신의 이중성 때문에 괴로워 했다는 어느 시인의 고백을 몸소 느끼는 81학번, 전형적인 모래시계 세대였다.

"80년대 역사적 관심이 90년대에 개인적 관심으로 전환한 것은 함께 노력해야 살 수 있다는 믿음아래 목숨을 걸고 투쟁한 이들이 부동산 투기, 사치풍조만연등에 좌절하면서 "더이상 공동체란 없다"며 이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죠" 80년대 정치, 사회적 이슈를 바탕으로 개인적 고민을 그린 공지영, 신경숙들의 작가들이 지금에 이르러서야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그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러한 문화현상들을 시대와의 연관을 통해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영역이 바로 10일부터 강연을 시작한 "문화철학"이라고 설명한다.

둘째주 강연주제인 "결혼의 사회학"에 대해서 그에게 짖궂게 물어본 질문. "결혼도 안하고 어떻게 결혼을 얘기할 수 있냐구요? 하며 웃음짓는 그는 소방관이 불을 끄기 위해 불속으로 들어가면 정작 그 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르 하면서 "어떤 경험도 그것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가 필요해요"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하지만 존재에 대한 반성을 지적해내는 그의 예리함에 철학자다운 면모를 볼 수 있었다.

또한 현대 결혼제도가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연간 5조원의 소비를 창출하는 결혼시장, 혼수시장으로 왜곡된 현실을 비판하면서 자유, 신세대, 아름다움이란 이름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능한 변신술, 그것의 실상은 소비를 강요하는 "주머니 털기"임을 밝힌다.

"이러한 현대인들이 최종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는 자기소외이지요.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명제라면 이제 우리는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합니다.

"자기소외, 자기 분열을 일으키는 허구 이데올로기에서 자신을 지키는 무기는 홀로서는 연습 즉 자기만의 외딴 방을 갖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의 진지함은 80년대의 치열한 고민을 닮아 있었다.

"홀로 우뚝선 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합니다.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끼리의 연대를 이룸으로써 서로의 이상과 꿈을 복돋아 주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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