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가루가 한동안 세상을 시끄럽게 했다.

비행기 폭격에 이은 생화학 테러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가난한 나라의 핵무기’라 불리는 화학 무기가 전쟁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처음엔 재래식 무기의 보조 수단으로 쓰였던 화학 무기는 비용의 저렴함, 건물·문화재 파손 방지 등의 장점이 있어 종종 사용됐다.

화학 무기 중에서도 세균, 바이러스 등을 이용한 생화학 무기는 이라크, 북한 등의 국가에서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은 연구 비용에 비해 적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가령 사용하지 않더라도 ‘생화학 무기 보유 국가’라는 명찰은 국가 안보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생화학 무기는 병사들의 싸우려는 의지를 상실하게 하고 화학전에 대비한 방독, 제독 등의 장비를 갖추게 해 전투 장비를 복잡하게 함으로써 상대방을 불리하게 만든다.

역사적으로 생화학 전쟁에 쓰였던 대표적인 것으로는 탄저균, 천연두가 있는데 탄저균이 세균이라면 천연두는 바이러스다.

두가지 모두 치명적인 전염병을 야기시키지만 실제로 천연두가 테러나 전쟁에 쓰인다면 탄저균보다도 몇 배는 더 큰 피해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이라크의 천연두 살포설이 나타난 가운데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천연두는 1978년 소말리아의 환자를 마지막으로 인류가 백신을 만들어 인체로의 바이러스 침투를 막은 최초의 질병이라고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밝힌 바이러스이다.

공식적으로는 지구상에 환자가 없는 바이러스인 셈이다.

서강대 양재명 교수(바이러스학 전공)는 “지금의 많은 사람들이 예방주사를 맞지 않은 천연두 바이러스가 살포될 경우 그 피해는 엄청나다”며 “천연두의 연구를 금지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미국에서는 정부의 통제하에 연구를 계속해왔다”고 말한다.

공기를 통한 전염이 가능하고 치사율도 높은 천연두 바이러스는 생화학 전쟁에 비교적 자주 사용됐다.

스페인이 아즈텍 문명을 정복했던 것도 당시 천연두에 대한 면역이 없었던 아즈텍인들이 거의 사망하면서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1763년 영국군이 인도를 공격했을 때도 천연두가 쓰였다.

눈에 보이지 않게 빠르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에 의한 생화학 테러나 전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

21세기 군사연구소 김진욱 소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이 화학 무기 협약(CWC)에도 가입해 있지 않아 생화학 전쟁에 더욱 경계해야 한다”며 “이라크를 비롯해 천연두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천연두 살포의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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