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엄밀히 말하면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단계 정도의 성격을 띤다.

자기 스스로는 복제가 불가능하며 숙주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런 면에서 독립적인 생명활동이 가능한 세균, 즉 박테리아와는 차이가 있다.

현미경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사람들은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 수 없었다.

과학자들은‘담배 모자이크병’이라고 담배 잎에 모자이크 모양의 반점이 나타나는 현상을 연구했다.

병에 걸린 담배잎을 다른 담배잎에 묻히면 그 잎에도 반점이 생겼다.

세균이라고 생각해 현미경으로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세균을 발견할 순 없었다.

세균을 모두 통과할 수 있는 여과기에 담배 잎에서 짜낸 액체를 걸렀으나 독성을 가진 채로 통과됐다.

1898년 네덜란드 식물학자 베이에링은 이 액체를 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였다.

본격적인 바이러스 연구는 1940∼50년에 생명현상을 연구하거나 여러 바이러스성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시작돼 지금은 각 나라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에이즈 바이러스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워낙 돌연변이가 심해 백신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21세기의 가장 무서운 적은 세균보다도 작은 바이러스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복잡하게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사회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깨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바이러스를 이용한 파괴이다.

그만큼 바이러스의 전염 속도는 빠르며, 세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종류도 많다.

에볼라 바이러스, 간염, 소아마비, 에이즈, 뇌염 등과 같이 공기를 통한 전염이 불가능한 바이러스와는 달리 천연두처럼 공기를 통한 전염이 가능한 바이러스는 종종 생화학 무기로 쓰여졌다.

앞으로 바이러스학이 더 발전하면서 영화 ‘아웃 브레이크’와 같이 사람들은 기존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외에 변종된 바이러스의 공포에 시달리게 될 지도 모른다.

실제로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염되지 않아 처음 바이러스가 발생한 아프리카의 부족에서만 전염병이 돌았으나 영화 속에서는 변종 에볼라 바이러스가 생겨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이 가능했다.

만약 에이즈가 변종을 일으켜 공기를 통해 전염이 가능해진다면 또 하나의 무서운 생화학 무기가 더해지는 것이다.

바이러스라는 용어의 사용이 확장되면서 생물학, 의학적인 분야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같은 분야에서도 컴퓨터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컴퓨터가 필수품이 돼버린 요즘, 컴퓨터 바이러스는 종종 사람들의 골치를 썩이고 있다.

이런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생기게 된 이유는 불법 복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순수한 목적에서부터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불순한 동기까지 다양하다.

컴퓨터가 보편화되고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이 많아지면서 컴퓨터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것은 심각한 범죄로 생각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바이러스 제작자에 대한 처벌을 입법화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으며 사이버 수사와 같은 기구도 만들어 감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백신 연구소나 컴퓨터 보안 업체도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다.

문화적으로도 바이러스의 성질을 이용한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기도 했다.

리차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밈(meme)은 복사를 의미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를 합친 것으로 문화 전달의 최소 단위로서의 복제자를 말한다.

마치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투하는 것처럼 문화가 각 사람들의 신경계 속에 침투해 점차 전염돼 가는 현상에서 나온 신조어다.

인기 연예인의 머리 스타일이나 패션이 유행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모방을 하고자 하는 심리를 나타내며 이것은 밈의 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이제 문화적 요소의 전달자 역할까지 해 바이러스는 새로운 의미로 확대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마치 푸코가 말한 ‘원형 감옥’처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그 공포는 눈에 보이는 것들보다 더 극대화된다.

그리고 인류는 항상 이런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바이러스는 이젠 단순히 질병을 일으키고 고통을 주는 ‘부정적인 것’이라는 의미가 아닌 빨리 전파되고 전염성이 강한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또한 미세한 세포에도 침투하는 성질을 이용해 여러 세포 연구의 전달자로 쓰이기도 하며 전파속도가 빠른 것을 이용해 좋은 것들을 퍼뜨리는 기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바이러스를 어떻게 이용하고 통제하는지의 여부에 따라 바이러스는 인류의 영원한 적이 될 수도, 혹은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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