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에게 노동이라 무엇인가?

노동이라는 단어에는 아직 생소하지만 늘 쫓기듯 장래의 일터에 대한 공상을 하거나 무얼 먹고 살아야 할 것인가르 ㄺㅗ민한다.

레포트를 쓰다가도 시험공부를 하다가도 이런 짓이 나중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 허탈해 하지만 결국은 좀 더 급여가 놓은 노동판에 뛰어드는 요건인 학점따기에 목을 맨다.

학교를 다니는 와중에도 교직이수 가능 학과를 복수정공하고 경영학은 필수라며 나름대로 친구들과 시간표를 짜보기도 하지만 결국은 제 풀에 지쳐 벌여놓은 일들에 빨간줄을 북북 그어가며 또다시 나오는 한숨을 내쉰다.

대학 새절은 인위적으로 연장된 청소년기로서 외부적 요구로부터 일시적으로 해방되어 정체감 형성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 유예기간’이라고 심리학자 에릭슨은 말한다.

청소년기와 청년기르 ㄹ잇는 대학 때 미래를 설계하며 여유롭게 다양한 모험을 시도하도록 사회적으로 공인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일그러진 대학생활 속에서 어린 시절의 꿈이란 것은 한낱 로맨티스트의 허상이다.

취업을 목전에 두고 돌연 휴학을 해버리거나 남자의 경우 군대를 자원한다.

하지만 노동에 대한 불안으로 부터의 유일한 안식처인 휴학도 괜히 남들 공부할 때 놀았다가 망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 슬며시 정규 코스 밟아 졸업해야 취업이나 해야지 하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된다.

올해만도 박사 실업자가 3천명이라는 사실에 대학원도 만만찮다.

머리에 맴도는 것으 ㅧㅏ지도 멀쩡한 것이 부모가 해주는 밥 얻어먹고 용돈이나 타쓰는 식충이가 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뿐이다.

신문을 펼치며 누구는 얼마나 큰 복을 타고 났길래 복권장자가 되고, 아르바이트비로 우연히 주식투자해 떼돈을 벌었다고 한다.

머리가 어지럽다.

나도 저 틈을 비집고 들어가 힘든 노동을 하지 않고도 배두드리고 한가하게 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끼?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내년 2월도 취업대란이 예상된다고 한다.

대졸 실업자 · 대졸 예정자가 35만명에 달하는 반면, 이들에게 돌아갈 일자리는 8만5천개에 불과하고 일부 기업의 입사 경쟁률은 100대 1을 넘어선다고 하니 얼어붙은 인력시장은 지옥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대학생들에게 노동은 열망의 대상이지만 아이러니하게 거부 대상이기도 하다.

노동은 자신의 가치를 발현해낼수 있는 가능성이 아닌 좀더 나은 조건에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이 걱정인 게 아니라 실업이 걱정이다.

빡빡하게 짜여진 삶, 뭔가 하나라도 비집고 들어올 수조차 없이 하루하루 취업준비로 메우고 나면 완전한 준비가 됐으니 어서 일터로 데려가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안일한 노동에 대하 ㄴ관념은 우리가 어딘가에서 일하게 됐을 때 근로기분법이라도 한번 읽어보는 여유조차 없다.

준비된 노동자로서 별탈 없이 일할 수 있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누굴 탓할 수 있을까?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착취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를 탓할까, 아님 이같은 사회에 초연하지 못하는 우리를 탓해야 할까. ‘일도 않고 빈둥거리는 것들은 먹을 생각도 말라’는 사회의 진리를 깨부수는 안티 노동꼐의 잔다르크라도 되어볼까. 얼마전 문을 닫은 백수협회. 짜증난다.

나같은 인간은 도대체 어디가서 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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