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대학 캠퍼스 엿보기

넓게 펼쳐진 잔디, 아름다운 호수, 멋진 박물관과 식물원 등이 있는 고요한 캠퍼스를 우아하게 걷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잠재된 욕망일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그림같은 캠퍼스를 꿈꾹기에는 한국 대학생의 현실은 너무나 참담하다.

한 주가 우리나라의 면적과 동일할 정도로 광활한 대지에 위치한 북미 대학은 캠퍼스의 면적이나 규모면에서 한국 대학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캐나다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넓은 서울대 캠퍼스의 2배에 달하는 부지에 바다와 산을 끼고 있다.

학교의 특색인 인류학 관련 박물관이 있어 관광코스로 주목받고 있을 뿐 아니라 캠퍼스 주변이 최고급 주택지일 정도로 좋은 환경에 학교가 위치해 있다.

또한 한국의 대학은 수도권에 몰려 있어 캠퍼스 확장은 꿈도 못꿀 뿐 아니라 캠퍼스도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철저하게 상업화된 논리로 개발된 대학 주변과 비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걷기조차 힘든 좁은 캠퍼스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그저 조금이나마 쉴 수 있는 공간만을 바랄 따름이다.

박은정 교수(법학 전공)는 “이렇게 사색할 수 없는 환경에서 학문적 연구로 노벨상을 받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나라 대학환경의 열악함을 안타까워 했다.

사실상 유럽의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학은 이런 문제에 부딪힐래야 부딪힐 수가 없다.

대부분이 영국의 케임브리지처럼 대학설립과 동시에 하나의 대학도시로 개발되었고 대학은 수백년간 도시와 공존해 왔기 때문이다.

각 도시에 거의 하나씩 존재하는 대학은 자연스레 그 도시의 공원이자 학문의 중심이 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성당과 대학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학교 내에 극장이 있는 등 대학은 하나의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몫을 담당한다.

도한 오래된 대학 도시에는 상권이 형성되는 것이 불가능할뿐 아니라 차량의 진입통제도 당연시 된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도심에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 도시 문화의 중심으로서의 역활을 재대로 하지 못하고 겉도는 경우가 많다.

이수미 교수(불문학 전공)는“유럽 대학 앞에는 직접 용돈을 벌어쓰는 학생들이 주로 찾는 중고책 서점, 저럼한 가격의 식당, 찻집 등이 있을 뿐”이라고 전한다.

이는 대학생들을 소비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상권들이 아예 접근하지 않음으로써 자연스레 비상업적 문화가 형성됨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대한 소비계층으로 간주되는 대학생들을 타켓으로 여러 상권이 대학 주변에 집중적으로 형성되고 있어 더욱 문제다.

“세상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특이한 교육환경 문제”라는 박은정 교수의 말처럼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 대학들은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다.

그렇다고 당장 외국 대학만큼 캠퍼스를 확장하거나 대학이 위치한 도시 자체의 성격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무지막지만 상업화의 물결에 대응하고 그것이 더 유입되는 것으로부터 대학을 보호해햐 하는 것은 국민 모두가 간과할 수 없는 가장 기본적 의무일 것이다.

우후죽순격으로 수도권에 난립해 있는 많은 대학들은 대학의 본분인 학문연구를 잊지 말고 그 본분을 지켜 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은 소비의 원산이 아니라 학문 연구의 장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만의 노력이 아니라 이 대학과 공존하는 지역주민, 나아가 국민들의 지지와 동의 하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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