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동아리·동호회들을 찾아서

1단원만 까맣고 뒤부터는 새 것 같은 영어책을 가지고 있는 6년 이상의 문법 공부로 독해는 자신있지만 정작 외국인 앞에서는 영어 한마디 못하고 쩔쩔맨다는 우리 나라 사람들. 대학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 졸업과 취업에 목을 매야하는 대학생들에게 학교와 기업에서 필수로 정하고 있는 영어는 이제 ‘필수’라 말하기도 식상한 단어이다.

이런 경향과 관련해 대학생들은 이제 영어를 하나의 생활·습관으로 옮기려 애쓰고 있다.

그예가 영어 동호회와 동아리이다.

통신과 인터넷의 활성화로 이들 영어 동아리와 동호회는 그 세력을 확장해가고 있다.

PC통신 하이텔의 영어 관련 연구 동호회는 36개 가량, 나우누리는 영어관련 학과까지 50개, 천리안에는 16개 가량의 영어 동호회가 있다.

비슷한 동호회들임에도 불구하고 회원수는 다른 동회회의 2배가 넘는다.

나우누리 영어포럼 시샵 우종훈군(서울대 기계학공·4)는“대부분 영어공부의 필요를 느끼고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이나 기존의 영어실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가입한다”고 말한다.

격주로 50∼100명 정도는 소모임별 모임을 갖고 영어를 접한다.

오프 모임에서 술자리를 갖는 많은 동호회와는 큰 차이가 보인다.

이는 타 통신사의 동호회도 마찬가지, 비영리로 운영되는 천리안 영어동호회(ENG) 의 회원수는 무려 1만5천명. 1주일에 1번씩 강연회를, 1년에 2번은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전국규모의 동호회다.

모의토익, 영어 프로그램 제공 등‘정보창고’로서의 역활을 톡톡히 하는 이곳의 시삽 정진호씨는“영어공부를 잘 하고 싶은 데 조언을 바라며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고“미국영어를 흉내내려는 것이 아니라 영어도 하나의 언어로 생각해 일반인들의 영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자 한다”며 동호회의 목적을 설명한다.

이런 동호회에서 대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30∼60% 정도지만 대부분 대학생이 운영진으로‘실권’을 쥐고 있다.

동아리에 몰리는 대학생도 많다.

영어 연합동아리 Pinetree의 회장 조경환군(고려대 응용생명환경·4)은“신학기에 영어학원 정도로 생각하는 신입생들이 많이 몰리기도 한다”고 말한다.

영어토론엽합동아리 IGS의 이미지양(중문·3)은 “영어 토론이라 정착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냥 노는 동아리보다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어 영어 동아리에 드는 것 같다”고 전한다.

이런 대학생들의 동호회·동아리 활동은 생활에서‘영어의 끈’을 잡고자 하는‘여어스트레스’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조경환군은“99년 들어 강박관념이 심해진 듯 동호회 활동 말고도 어학원 까지 다니는 신입생들이 많아졌다”고 지적한다.

민병철 어학원에서 상당을 맡고 있는 ㅇ 씨는 “부모님 돈으로 등록해놓고 학원을 빠지는 학생들이 많은데 남들이 하니까 나도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막연한 의무감은 버려야 할 것”이라고 대학생들의 영어공부에 대한 태도를 꼬집는다.

노토 어학원의 신면호 원장은“우리 나라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영어공부를 해야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사람이 노력하는데도 안되어 힘들어하면 안타깝다”며 무조건적 영어지향주의를 지적하기도 한다.

많은 선진 학문이 영어로 연구돼 있어 그 지식을 습득하려는 대학생들에게 영어는 많은 필요성을 지닌다.

하지만 영어를 잘 해야만 대접받는 우리 사회의 특성은 특별한 목적 없이도 대학생들에게 영어라는 멍에를 지우고 있다.

오늘도 새 토익책을 사고 학원에 등록하고 통신의 영어 동호회를 둘러보는 수많은 이몽이들에게…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