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납운교 "이야, 해병 폼 좀 나는데" 고무보트를 강가로 옮기느라 허부적대는 우리들 뒤로 카메라맨 아저씨의 웃음소리가 부서진다.

이제 드디어 출발이다! 심장의 고동치는 리듬이 신나는 설레임으로, 그러다 뜻모를 부담감으로 가슴을 메워오는건 아마도 우리의 여정이 처음부터 무거운 짐을 안고 시작됐기 때문이리라. 다시는 느낄수 없을 지도 모를 이 바람, 이 내음, 이 강물··· 쌕쌔 거리는 숨소리가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와 하나가 되어간다.

2.선사유적 생각하기 첫번째 점심을 먹은 곳, 얼추 김치를 걸쳐 먹는 라면맛도 장중한 비경 아래 새롭기만 하다.

"어, 이거 선사시대 밥그릇 아냐?"하는 외침에 모두들 "뭐?" "뭐?"하며 와르르 달려가 조심스럽게 뭔가를 들어낸다.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 김 새버렸지만 실제로 동강유역에는 선사시대의 유적이 많다고 한다.

조금 더 내려간 곳에 있는 곳에서는 초기 철기시대 토기조각들이 집되고 돌무지 무덤으로 추정되는 동무지군이 발견됐다.

지난 겨울 강릉대 박물관이 실시한 문화재지표조사에 따르면 동강변에 있는 평탄지는 거의 모두가 유적지이며 신석기·청동기·철기 시대 유적이 20여곳이상 분포하고 있다.

잘 알려진 고성산성은 「정선지」에 "남북을 알아볼 수 있는 요충지이며 난성불락의 요새"라 기록돼 있는데 목책에서 석축으로 개측된 시기가 고구려의 남하·신라의 북진과 시기를 같이 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3.파랑새절벽 기과한 모양으로 이뤄진 기암절벽들이 게속 이어진다.

위태위태한 경사를 자랑하고 이는 저 절벽은 아무리 뛰어난 석공의 재주로도 조각할 수 없으리라. 절벽들 사이사이로는 어림 짐작해도 열개가 넘을 듯한 동공(스며든 물에 의해 석회암이 용해돼 뚤린 구멍)들이 검은 입을 벌리고 있다.

"저런 동공들을 통해 강물이 스며들면 그 물이 어느 구멍으로 되돌아 나올지 모른단다.

물이 많이 유압될 경우 그 수압을 견딜 수 없어 지반이 앉게될 우려가 있어. 석회암 지반에 세워졌다 지반의 지속적 붕괴로 인해 2천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탈리아 바이온트 댐의 경우처럼, 정부에서 말하는 그라우팅 공법을 사용한다고 해도 건설교통부의 조사내용보다 많은 저 동공들을 다 막기에는 예산도 엄청나게 들게 되지" 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에 모두들 심각해진다.

4. 연포 오후 4시경 연포를 지나는 길목에서 거센 물살로 깊이 패인 작은 은식처 발견. 고운 모래위에 장난스럽게 흩어져 있는 수달 발자욱 흔적이 눈에 띈다.

동각유역에는 수달 외에도 20여종의 포유동물-하늘 다람쥐, 반달 가슴곰,멧토끼, 너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확인된 것만 총 22종인 조류-비오리, 중백로, 오색딱따구리 등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비오리가 공식적으로 번식하고 있는 유일한 장소) 인간의 손이 닿기 어려운 절벽에서는 분꽃나무, 은방울꽃 등 석회암 지대의 대표적 식물들을 확인 할 수 있다.

또한 희양목, 향나무 등의 8등급 천연우림이 조성돼 있어 수려함을 완성시키고 있다.

물을 차고 올라가는 새 한 무리에 모두들 넋이 나가 눈빛이 멈춘다.

인공적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이 특별한 공간의 혜택에 몸을 내맡기고 흠뻑 젖어드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흐르듯 지나오는 그 때 우리의 초쩜에 잡힌 것은 연포마을.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전부인 여교분교와 집 몇채. 세발 자전거를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좋기만 한것 같다.

그네들의 부모님은 또 어떤 심정일지··· 5.정무룡씨 댁에서 날이 뉘엇뉘엇 저물어 간다.

우리가 첫번째 여장을 푼 곳은 백룡동굴 앞에 있는 정무룡씨 댁. 그는 자신이 발견한 백룡동굴을 벗삼아 이곳을 지키며 살고 있다.

정무룡시와 그의 이웃 두집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비닐하우스 식당(래프팅을 즐기러 온 사람들을 위한 곳이다)에 들어서니 백룡동굴 사진10여점이 걸려있다.

계란 모양, 산호 모양 등 희귀한 석순, 석주, 종유석···살아있는 동굴의 호흡이 느껴진다.

식사를 끝마치고 정무룡씨의 민박집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동강에 놀러와 벌써 3일을 묵은 그는 도저히 서울로 돌아갈 마음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비경에 취해 눌러앉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자연의 힘이 느껴진다.

6. 백룡동굴 일어나보니 어젯밤과는 다른 아침공기에서 향긋한 숲내음이 난다.

부산을 떨며 정무룡씨와의 인터뷰를 준비한다.

이미 사람들의 손에 많이 훼손되어 있는 동굴 하나를 발견한 그는 2백m가량 되는 그 굴을 약 1천4백m까지 발굴했다.

그리고는 그곳 백운산에서 "백", 자신의 이름에서 "룡"자를 따 "백룡동굴"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몇 억년 동안 깊은 잠을 자던 살아있는 동굴이 잠에서 깨는 순간이었다.

백룡동굴은 다른 여러 동굴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을 모두 간직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260호로 지정된 백룡동굴은 영구 비공개로서 학술적인 연구자료로만 쓰여질 것이라고 한다.

보트를 타고 백룡동굴 가까이 갔으나 굳게 잠긴 문과 경고 문구만을 볼수 있었을 뿐이다.

잠들어 있는 백룡 동굴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마치 아픈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만큼이나 안쓰럽다.

동굴이 물에 잠기더라도 사진과 비디오 필름을 통해 그 모습을 볼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문화재 관리국은 살아 숨쉬는 동굴을 보존하는 것과 사진속에 박제화 시키는 것이 같다고 여기는 건지, 그 안일한 태도에 답답하기만 하다.

이곳 동강 주변에는 백룡동굴 뿐 아니라 연포동굴(650m), 능암덕산동굴(389m), 수달동굴(380m) 등 190여개의 크고 작은 동굴이 분포한다.

그러나 건교부가 작성한 환경영향 평가서에는 6개의 동굴만 있다고 기록돼 있어 그 정확성을 의심하려 한다.

7.어라연 비로소 동강의 최고 비경인 어라연이 저 만큼에서 그 모습을 나타낸다.

세개의 조그만 바위섬-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으로 구성된 어라연은 반짝이는 동강과 어우러져 그 장엄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그 옛날 신선들이 내려와 놀고 갔다는 전설이 사실처럼 느껴질 만큼 아름답다.

그 경관에 반해 다들 할 말을 잃는다.

경치 뿐만이 아니다.

이곳에는 호사 비오리, 수달, 어름치, 원앙 등 세계의 희귀종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천연 기념물로 지정된 각종 동물들이 살고 있단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자연적인 생태게의 보고가 간직된 곳은 아마 도 없으리라. "동강국립공원"으로 제정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8.된꼬까리 여울 "으악,신난다.

야호!" 갖가지 감탄사가 흘러나오며 오랫만에 흥분에 사잡힌다.

철썩 배가 뒤집힐듯 출렁거린다.

중심을 잡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이미 강물에 온몸이 흠뻑 젖는다.

이제는 팀웍이 완성돼 눈길만 봐도 서로의 계획을 알수 있다.

레프팅의 진정한 재미는 이렇게 하나가 되어 난 코스를 통과하는 희열이 아닌가! 9. 바람과 하늘과 별과 사람 하늘로 치솟을 듯 흩어지는 모닥불 사이로 상기된 얼굴들이 보인다.

머리가 멍해질 만큼 동강의 아름다움에 취했다는 사람, 아름다움 뿐 아니라 생태계 보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사람. 갖가지 생각들을 두서없이 나열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악오 있다.

우리모두가 이미 동강지기로 거듭나 잇음을. 자연을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한다.

서로가 하나로 융화되어 감히 ;우리"라고 부를수 있는 존재들로 다가와 있다니. 서울에서는 뿌연 먼지때문에 볼 수 없었던 별들이 동화속 아름다운 이야기에나 나올법 한 하늘위에서 늘어놓은 듯 반짝이고 있다.

10. 댐건설 예정지역 마주보는 두 산을 연결하면 사다리꼴을 이루는 이 지형은 댐 건설의 적지라고 한다.

그러나 이곳의 좌측은 퇴적암 층으로 지반 붕괴의 위험성이 크고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해 댐이 건설될 경우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단다.

산 곳곳에 댐건설 지역임을 나타내는 빨간 천이 매달려 있는 것을 제외하면 이곳도 다른 동강 유역과 마찬가지로 평화롭기만하다.

11. 가수리 마을 댐에 침수되는 마을 중에 규모가 가장 큰 가수리. 주민들은 고향을 잃어 버리게 될 것을 서울해하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빨리 정책이 확저되길 바라고 있다.

벼모종처럼 다닥다닥 심은 배나무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것은 보상문제와 관련된 수몰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풍경이다.

몇십년을 함께 해온 이들의 생활 공동체는 이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담을 통한 결실밖에 모르던 순박한 이들에게 외부의 손길은 아픔만을 남겼을 뿐이다.

기실 물 부족을 위해 동강댐을 건설하겠다는 건설교통부의 계획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환경운동가 엄삼룡씨는 현재 우리나라 일인당 물 소비량은 선진국의 3배 가량이며 이것은 누수에 의해 버려지는 물의 양이 많이 대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심각해질 물 부족 현상을 해결학 위해서는 대규모댐 건설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동강 수장시켜 그 생명력을 가둬놓기에는 아까운 것이 많다.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며 초유의 비경을 간직한 동강, 그 모든 것이 우리세대의 것만이 아님을 생각할 때 우리는 동강을 보존하고 후손에게 그대로 물려줘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또한 이곳은 레프팅, 패러글라이딩 등 스포츠 관광 자원 개발과 자연사 교실 등 교육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하다.

이곳 주민들을 위해서도 댐 건설로 인한 얼마 안되는 당장의 보상금이 아닌 지속적인 가능성 개발과 생활보장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나경수·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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