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민들은 폭도가 아닙니다! 우리는 부안 뿐 아니라 전국 어디든 핵폐기장 설치를 막아야 한다고 외칠 뿐입니다!” 11월25일(화) 반핵 마크가 그려진 노란색 점퍼를 입은 60여명 부안군민들의 함성이 서울에 울려퍼졌다.

“전경의 폭력진압으로 부상당한 환자들이 오늘 시위를 위해 진통제를 맞으면서까지 이곳 서울로 올라왔다”라는 부안대책위원회 조미옥 총무국장의 말을 증명하듯 버스에서 내린 그들의 모습은 일부 언론이 말한 ‘폭도’가 아닌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이었다.

이들이 이렇게 서울까지 찾아와 시위를 하는 것에 대해 부안대책위원회 김영현 사무국장은 “부안 핵폐기장 시설과 관련해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주민투표제를 실시할 것과 폭력 전경들이 물러가고 예전처럼 순박한 농민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을 계속 바꿔가며 부안군민들을 우롱하고 폭력으로 억압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그들의 생활을 점점 비참게 만들고 있어 보다 못한 군민들은 몸소 억울함을 표하기 위해 서울까지 온 것이다.

상경하자마자 부안 시위대가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정부중앙청사였다.

‘핵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절실한 구호는 시린 겨울 바람조차 무색할 정도로 세찼다.

전경들의 방패에 찍혀 허리에 금이 갔다는 황인지씨는 “핵폐기장 건설을 막고 전경들을 내보내기 위해서라면 이 몸 하나 부서지는 것은 무섭지 않습니다”며 울부짖었다.

부안군민들의 울부짖음은 다시 청와대 그리고 경찰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약 30초 정도 함성을 지르며 부안 핵폐기장의 부당함을 전했다.

김갑숙씨는 “핵폐기장을 군수 혼자 결정한 것은 부안군민들의 인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하소연했다.

이어 그들은 대통령과 경찰청장에게 ‘정부가 부안 핵폐기장 선정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폭력으로 부안군민들을 다스리지 말아달라’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그 과정에서 전경들이 부안군민들을 겹겹이 둘러싸자 그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장명순 할머니는 발언과정에서 “전경들이 국민에게 돌을 던지고 맥주병으로 치는 법이 도대체 어디 있는 것이여”라며 눈물을 흘리며 격분했다.

현재 전경과 시위를 벌이다 부상당한 부안군민은 300여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전경과 부안군민들의 시위에 대해 환경연합 염형철 국장은 “부안 핵폐기장의 안정성이 보장 안된 상태에서 정부는 무조건 시간을 끌기 위해 말을 바꿔가면서 군민들을 매수하고 있다”며 “굳이 핵폐기장이 필요없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편의를 위해 부안 군민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있다”고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환경단체 활동가 20여명도 참가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전세계적으로 핵에너지 개발이 감소추세에 있는 지금 한국 정부는 핵에너지에서 수력·풍력·조력 등의 환경 친화적 대체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녹색연합 김제남 처장은 “부안군민들은 폭도가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을 개혁하는 아름다운 사람입니다”라며 “부안군민들과 함께 모든 국민이 올바른 에너지 정책을 정부가 세울 수 있도록 요구합시다”라고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부안군민들은 경찰청에서의 마지막 항의시위를 마치고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진통제의 효력이 다 떨어지면서 그들의 몸은 매우 피로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부안에 도착하자마자 또다시 촛불시위에 참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부안 뿐 아니라 온 국민을 위해 핵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고 외치는 그들의 간절한 염원은 그들의 목숨보다도 더 절실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