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미(對美) 좌담은 미국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른 4명의 패널과 함께 진행됐다.

주한미군철수운동본부 임찬경 공동의장은 패권국가로서의 미국을 비판하고, 개혁국민정당 학생위원회 윤범기 운영위원은 무조건적인 반미가 아닌 정책별·사안별로 미국을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독립신문 신혜식 발행인은 국익을 위해 미국의 뜻에 동조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고, 재향군인회 정창인 안보연구원은 미국과의 혈맹관계가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현재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작년 말 광화문을 뜨겁게 달궜던 촛불시위가 현재는 분열 양상을 보이며 소수 시민들의 참여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촛불시위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임=촛불시위는 시민들이 주한미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촛불시위는 주한미군의 부당성을 전세계에 알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만들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앞으로도 촛불시위는 주한미군 철수와 소파 개정을 위한 방향으로 계속돼야 한다.

정=여중생 추모를 위한 촛불시위가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집단들에 의해 왜곡됐다.

사고 후 미군이 추모식을 가졌고 부시 대통령까지 사과한 마당에 촛불시위를 계속한다면 이는 더이상 추모집회가 아닌 정치집회로 볼 수밖에 없다.

윤=부시 대통령의 간접 사과는 사과하는 과정과 방식에 있어 우리 국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없었다.

또한 근본적으로 소파가 개정되지 않는다면 제 2의 여중생 압사 사건이 재발될 수 있다.

따라서 여중생 문제 해결과 소파 개정을 위해 촛불시위는 계속돼야 하며 나아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계획에 반대하는 반전평화 집회로 확산돼야 한다.

신=외신은 촛불시위로 한국내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한다.

이것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살펴보고 그렇지 않다면 촛불시위를 자제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촛불시위를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일부에서는 철수 반대를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주한미군 철수는 시기상조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미군이 우리의 안보우산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미군이 주둔한다 해도 한국에 손해될 것이 없다.

임=일각에서는 북한으로부터의 국가 안보 유지·한국의 군사비용 감소·동북아 평화 유지를 이유로 한국내 미군 주둔을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경제적으로 북한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한은 자체적으로 국가 안보를 지킬 수 있다.

또한 미군은 동북아의 평화를 지켜주는 균형자가 아니라 소련 붕괴 이후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전세계에 자국의 자본을 침투시켜 지배하고자 하는 전략에 따라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한국의 지배층을 조종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국가의 주체성을 상실하게 된다.

정=중국도 수출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킨다는 의견은 말이 안된다.

경제는 안보의 종속변수이기 때문에 정치가 불안하면 투자는 이뤄지지 않는다.

따라서 미군이 한국에 주둔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외국 투자자들은 상당한 안정감을 갖는다.

신=옳은 말이다.

주한미군철수는 곧 경제안전핀이 빠지게 됨을 의미한다.

한국이 정치·경제적으로 자립기반을 갖춰 주변 국가로부터 완전히 자주국방을 할 수 있을 때 주한미군 철수가 가능하다고 본다.

윤=그 말은 곧 주한미군의 영구 주둔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주한미군 문제는 경제·정치·외교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이 단계적으로 철수해야 한다.

현재 한국내 미군범죄가 많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한국 안보를 위해 주둔하는 미군이 오히려 위협적 존재로 다가오기도 한다.

실제로 용산구 이태원에 사는 나는 귀가할 때마다 미군들을 보며 섬뜩함을 느낄 정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반미운동이 활발한데 우리 사회의 반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반미를 외치는 것은 현실착오적이다.

끈질긴 반미운동단체들이 언론을 이용해 그릇된 인식을 심어줘 일시적인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임=한국사회에서 미국은 우리의 우방이라는 관점이 상식처럼 돼버려 오랫동안 지배이데올로기로 작용해 왔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발표했을 당시 모든 사람이 그것을 비판했던 것처럼 당대의 지배적인 관점이라고 해서 항상 진실은 아니다.

이렇듯 반미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지배이데올로기에 문제는 없었는지 비판해 보고 문제가 있다면 깨나가야 한다.

현재 반미는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를 만들자는 것이 아닌 평등한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다.

신=세계는 자본주의 사회와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사회로 나뉘어 있다.

우리는 미국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로서 친미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이데올로기다.

반미를 외치는 것은 굶어죽더라도 자본주의 사회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반미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어떻게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윤=우리가 말하는 반미는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다.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라크 침공 계획 등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찬성할 것은 찬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소파 개정과 관련해서 미국과 협상을 벌인다고 할 때 국민들이 소파 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여 힘을 실어 준다면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렇듯 반미운동은 평등한 한·미관계로의 발전에 기여하는 면도 있다.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미국은 이라크전을 강행할 방침이다.

이를 두고 세계 각지에서 반전평화시위가 일어나고 있는데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미국이 이라크를 치려는 이유는 대량살상무기를 무장 해제시키기 위해서다.

현재 사찰단이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하자 침공 명분이 궁색해졌지만 이라크에서 자행되는 후세인의 독재정치만으로도 침공 명분은 충분하다.

하지만 물론 명분이 있다고 해서 전쟁이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신=미국이 먼저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날 것이기 때문에 평화 유지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전략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도 현재 미국의 군사시설은 필요악을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는 이른바 스마트 폭탄의 수준에 도달해 최소한의 피해만 남길 것이다.

윤=스마트 폭탄을 이용해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것은 환상이다.

아무리 정교한 스마트 공격이라도 인명 피해는 분명히 발생한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를 봐도 죄 없는 수십만명의 난민이 생겼고 민간인 수천만명의 피해가 생겼다.

임=이라크 침공의 근본적인 이유는 이라크의 막대한 원유를 얻기 위함이다.

오늘날 미국의 경제 체제는 자본의 논리에 의한 것이고 이와 연관된 군사정책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처럼 본질은 원유를 쟁취하기 위한 것인데 미국은 전쟁 명분으로 평화나 후세인의 독재정치를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미국의 패권적 태도는 옳지 않다.

▲주권국가로서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한·미관계는? 신=미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를 대등하고 합리적으로 이끌려면 지금의 정치·외교 관행들을 고쳐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미국과 혈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이 좋을 땐 좋다는 표현을 해 한국 내 반미감정이 대세가 아님을 알려야 한다.

윤=노무현 대통령도 미국이 좋을 땐 좋은 것을 표현하는 것 같다.

앞으로 한·미관계에 있어 한국의 자주성을 높이겠다는 노무현 정권의 기본 방침에 찬성한다.

단 과정에 있어서 외교적 성과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정=미국은 우리의 친구로서 정치·경제에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있다.

통일된 후에도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미군이 더 주둔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북한 때문에 우리가 원해서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임=한국은 미국과 평등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그 일환으로 주한미군 철수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두 여중생 압사사건을 계기로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면서 미국과의 평등한 관계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앞으로도 미국과의 평등한 관계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반미 시위나 주한미군 철수운동 등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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