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속의 대학-‘자발적 참여’로 만드는 무학점 강의

“미국에서 페미니즘이 진보적 사회를 만드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을까요?” “미국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면, 그래서 19세기 그대로 여성의 지위가 정체돼 있었다면 미국 인권은 현재 수준이 아니었겠죠.” 2일(목) 오후5시 건국대 종합강의동 101호. ‘미국의 여성운동과 한국에서의 영향력’에 대해 활발하게 토론하고 있는 20여명의 학생과 교수들이 있다.

교수 1명과 학생 다수의 일방적 수업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건국대 ‘대학 속의 대학’ 수업시간이다.

현재 5기를 맞은 대학 속의 대학은 한 학기 동안 한 주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공부하는 ‘무학점 강의’를 진행한다.

자발적 참여를 중시해 시험도, 출석체크도 없으며 건국대 학생 뿐 아니라 타대학생이나 일반인들도 참여 가능하다.

참가희망자들이 오리엔테이션에서 원하는 주제를 정하면 일주일에 한 번 그 주제에 대한 강의와 토론이 진행된다.

한 주제에 대해 통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는 교수모임에서 시작된 ‘대학 속의 대학’은 수동적이고 편협한 현 제도권 교육에 한계를 느낀 교수와 학생들이 뜻을 모아 99년 첫 발을 내딛었다.

‘열린 교육’을 추구하는 이 강의에서는 교수가 학생이 되고 학생도 교수가 된다.

강의가 이뤄지는 동안 타전공 교수들도 학생들 틈에서 강의를 듣고 토론도 하기 때문이다.

건국대 김유진(중문·3)양은 “수업을 ‘받는다’는 생각이 아닌 ‘한다’는 생각으로 임하면 수업이 즐거워진다”며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건국대 최윤식(대학원 경제학과 석사 3학기)씨는 “현 대학의 분과학문체계는 자신의 전공에 대한 단순 지식만을 일방적으로 주입시킬 뿐”이라며 “대학 속의 대학은 ‘무엇을 하는가’ 보다 ‘얼마나 생산했는가’를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은 어떤 의미를 갖고 개인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취업과 관련된 토익·토플공부와 전공공부만을 중시하는 오늘날의 대학교육. ‘무엇’ 보다 ‘몇 점’을 중시하는 현실에서 대학 속의 대학은 교육의 주체로서 잃어버렸던 ‘하고 싶은 공부를 할 권리’를 되찾으려는 의미있는 시도다.

(http://www.freechal.com/uinu)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