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민족 시사잡지 ‘민족21’을 다녀와서

“통일 얘기는 뻔하다?” TV나 라디오에서 접하는 남북의 얘기가 재미없거나 시시하게 느껴지진 않는지. 보다 생생한 소식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월간지 ‘민족21’을 들여다보자. 민족21은 6.15 남·북 공동성명 등 남북의 화해·협력 분위기에 힘입어 민족잡지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모여 만든 통일을 지향하는 잡지다.

북의 잡지 ‘민족대단결’,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평양지국과의 기사 교류를 최초로 성립시킨 것, 북측으로부터 2달에 한번 방북지원 약속을 받아낸 것은 또하나의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다는데 의의가 크다.

지난 4월 창간호에는 ‘민족대단결’측이 보내온 축사가 실리기도 했다.

민족·통일 얘기를 다룬다고 해서 고루하거나 딱딱한 느낌을 주는 기존 통일잡지와 ‘닮은꼴’은 아니다.

생생한 표정을 담은 칼라사진, 코팅 처리된 종이와 세련된 편집까지. 북쪽의 실상을 들려주는 ‘남북을 오고 간 사람들’, 북쪽의 예술·남북 의 문화교류를 담은 ‘문화마당’ 등 한반도의 정치·경제·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기사를 맛볼 수 있다.

‘허담이 본 김정일 국방위원장, 골프처럼 어슬렁어슬렁 걷는 운동 싫어’, ‘북 바둑 신동들, 이렇게 키운다’ 등 흥미있는 기사도 눈에 띈다.

김지형 기자는 “잡지를 보는 사람의 연령, 직업이 다양한 만큼 모든 계층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민족21이 재미만 추구하는 잡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국 현대사를 생생하게 들려주는 ‘현대사 발굴’, 각계각층 전문가의 통일 얘기를 들어보는 ‘통일정세’ 등 전문성을 갖춘 코너도 많다.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해야 하는 언론사인만큼 민족21은 중립적 입장에서 남북 관계를 서술하려고 노력한다.

김지형 기자는 “어떤 이념을 지지하기보다 남북이 화해·협력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민족21의 6개월 역사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북녘대학견문’란을 맡았던 황선 기자는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대변인 활동이 문제가 돼 7월8일 연행됐다.

또,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아직 북측에 정식으로 민족21을 보내지 못하는 실정. 정부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북에서 온 기사를 싣지 못하는 상황이 민족21 기자들에겐 무엇보다도 가슴아픈 일이다.

앞으로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 민족21은 북을 방문해 주민의 삶과 예술, 문화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을 예정이다.

“단어 하나에서 올 수 있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북한’·‘북조선’이라는 단어 대신 ‘북측’이라는 단어를 쓴다”는 민족21 사람들. 마감을 앞둔 그들의 바쁜 손놀림이 통일을 향한 작은 믿거름이 되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진:홍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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