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설립 관련법 개정 눈앞..."문제아 학교"라는 의식 전환해야

9월4일(화) 서울 대흥동에 위치한 대안학교 ‘도시속 작은학교’. “선생님, 저 허벅지에 살찐 것 좀 보세요.” “야, 어디 보자. 그게 뭐가 살찐거니? 내가 더 두껍지.” 벽에 붙어있는 ‘바닥에 침뱉지 않기’·‘설겆이 돌아가면서 하기’ 등의 규칙은 자치회의를 통해 함께 만든 것이다.

× × × 최근 몇년 동안 간디학교 등의 대안학교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면서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대안학교 설립과 관련해 지난 6월 입법예고 된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 시행규칙완화(안)’이 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어 앞으로 대안학교 설립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안학교는 기존의 획일적인 교육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의 움직임에서 출발한 학교다.

90년대 초반, 기존 교육제도와는 다른 방식을 찾아보려는 ‘희망교육운동’ 등의 움직임이 대안학교 설립운동의 시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시·도 교육청의 인가를 받은 11개의 특성화 고등학교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가 있다.

감리교신학대 송순재 교수(교육철학 전공)는 제도권 교육을 기준으로 대안학교를 제도 안·밖·곁의 학교로 구분한다.

제도 ‘안’ 대안학교가 거창고나 풀무농업기술고처럼 기존 제도교육의 틀 안에서 인성·생태교육 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학교라면 제도 ‘밖’ 대안학교는 학교를 그만둔 학생을 위한 탈학교나 집에서 공부하는 홈스쿨링처럼 기존 교육을 부정하고 새로운 형태의 교육을 추구하는 형태다.

제도 ‘곁’ 대안학교는 두 제도의 절충형으로, 하자센터와 같이 학생들이 방과 후나 방학을 이용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학교다.

최근 다양한 교육이념을 가진 대안학교들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대안학교를 기존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위 ‘문제아’가 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자작업장학교 차승민 교사는 “입학원서를 내고도 자신의 아이가 대안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의 부탁으로 한 학생을 불합격 처리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고병헌 교수(교육학 전공)도 “‘대안학교는 현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곳’이라는 정부의 좁은 시각이 대안학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다수의 대안학교가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어 대안교육을 필요로 하는 도시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것도 대안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다.

이런 학교는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요구하기 때문에 학생은 자신의 문화권으로부터 이탈하는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학부모는 기숙사비 부담을 떠맡게 된다.

도시속 작은학교의 이경미 교사는 “대안교육을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많은데도 이들을 수용할 공간은 부족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개정될 법이 실효성을 거둘 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종태씨는 “입법예고를 거친 개정안이 실질적으로는 크게 개선된 것이 없어 종전 대안교육 움직임에 얼만큼의 활력소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경미 교사는 “교실 몇 개, 교무실 몇 평 이상 등의 획일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많은 대안학교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학력인정 인가를 위한 조건으로 몇몇 과목을 의무적으로 규정한 것도 대안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목소리가 높다.

차승민 교사는 “국가의 인가를 받기 위해 가르쳐야 하는 국어·영어·수학 등의 과목이 자유로운 토론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려는 우리의 교육 목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앞으로 대안학교가 튼튼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뚜렷한 교육철학·자질있는 교사·튼실한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십대는 문제가 아니라 자원이다’는 하자작업장학교의 모토처럼, 대안학교가 다양한 가치관과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해될 때 경직된 기존 교육의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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