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어지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을 파는 노점상이 부쩍 눈에 띈다.

목도리 장사, 떡볶이 장사 등 거리를 메우고 있는 각종 노점상들은 이화인의 눈에는 이미 익숙한 풍경이다.

이대 앞 뿐 아니라 종로, 강남 등지에는 자연스런 풍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노점상이지만 그 안에는 정부와 생존권을 지키려는 상인들간의 갈등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일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추가수입을 위해 부업으로 운영하는 "사업형"과 노점상운영에 온 가족의 생계를 맡기는 "생계형"으로 구분되는 노점상은 모두 도로교통법, 식품위생법 등에 위배되는 불법행위다.

또 지저분한 모습으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도 노점상은 서울시와 구청의 단속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들로 노점상 운영을 막을 경우 노점운영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는 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것이 문제다.

서울시내 노점상의 80% 이상은 "생계형"으로, 그 운영이 금지될 경우 노점상인들은 기본적인 생계수단조차 잃어버리는 상황이 되고 만다.

97년 1만개 안팎이었던 서울시내 노점상 수는 ?IMF?직후 급증, 현재 서울시 공식집계로 1만8천454개소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가장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노점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구수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 학교 앞 럭키아파느 입구에서 과일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양모씨 부부도 2년전 경영하던 사업이 실패해 주위 사람들이 모아준 돈을 기반으로 노점상을 시작한 경우다.

양시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하는 것이지만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면 무조건 도망가야 한다"고 어려운 사정을 전한다.

10년여 동안 정문 앞에서 닭꼬치를 팔아 어머님을 부양하고 있는 윤홍노시는 구청 직원들이 갑자기 단속을 나와 무작정 리어카를 끄로 가면 여흘에서 보름 동안 장사를 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는 "생활보호대상자를 위한 공약을 내세운 김대중 정보가 서민의 생계가 걸린 노점상을 더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것 같다"며 당국의 일관성 없는 단속행위에 유을 표시한다.

한편 노점상 단속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청 건설행정과 김진완씨는 "1% 증설하는데 4조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소유의 도로를 개인이 점거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단속의 타당성을 설명한다.

서울을 진정한 국제도시로 만들기위해서라는 것도 서울시가 제시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다.

회의가 열렸던 지난 01월에는 유례없이 회의장이 있는 삼성동일대의 노점상을 모두 수거해 노점상인들과 일부 언론의 비난을 받았다.

지난 7월에는 문화관광부가 인사동을 문화특구로 조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대가 노점상 절대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일대 노점상인들의 강력한 항의 농성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시측은 또한 노점상들은 일반 점포와 달리 허가나 세금없이 운영되면서 점포 못지 않게 매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상인들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유통질서를 흐릴 위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진완씨는 "서울시 발전과 국가 경제를 위해 정부의 단속만이 아니라 노점상 이용을 자제하는 시민 의식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속은 사업형 노점상로 제한하고 생계형은 허용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빈민을 위한 사회보장책이 부실하고 경제한파로 실업률이 늘어난 상황에서 노점상은 어떻게 보면 우리 나라 정치, 경제상황이 빚은 하나의 경과물이다.

전국노점상연합(전노련)사무처장 최인기씨는 "인사동길은 70억원을 들여 재정비하면서 노점상인등 어려운 사ㅏㄻ들을 위한 투자는 왜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시민들도 노점상에 대해 서울시 당국처럼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학교 앞 닭꼬치노점을 종종 이용한다는 우리 학교 김현지양(인문.1)은 "노점상은 이용하기도 편리하고 음식 맛도 좋다"며 "국제화 시대에 맞춘다고 노점상을 무조건 수거해 가기보다는 다른 나라처럼 그 자체를 우리나라의 문화로 보여준는 것이 외국인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줄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유럽의 벼룩시장이나 태국의 수상노점이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만하다.

노점 하나에 가족의 생계를 맡기고 있는 노점상에 대해 효과가 없는 무리한 단속과 저항을 거듭하기 보다는 풍물시장의 형태로 노점상 허용지역을 조성하거나 영세 상인들을 위해서는 단속을 완화하는 등 대책이 요구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빈민을 위한 생활보장책을 정비하는 등 기본적인 정책을 탄탄히 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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