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특례입학제를 진단한다

‘교문앞에서 한없이 높은 계단을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특례입학자의 모습. ­­­한겨레신문 만평에서’ 지난해 본교를 포함한 6개대학에서 실시됐던 장애인 특례입학제가 올해는 18개 대학으로 확대, 본교는 6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88년 대통령 자문기구인‘장애인 복지대책위원회’에서 처음 건의했던 장애인 정원외 입학은 일정 정도의 대학교육에 관한 학습능력이 있는 특수교육 장애인에게 정원외의 특례입학을 허용하는‘장애인 대학특례입학제도’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취업교육 위주의 장애인 특수교육과 신체 장애로 인해 현행 입시제도 속에서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장애학생의 잠재적 능력을 인정해 주는 보상 차원의 배려”라고 박승희교수(특수교육학과)는 장애인 특례입학을 형가한다.

또한 장애인 특례입학은 사회 및 대학 내 장애인 인식 확대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효성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특례입학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서강대 수화동아리‘손짓사랑’김희원양(서강대 불문·3)은“교육받고 있는 장애인이 22.3%에 불과하고 그들조차 앙애로 인한 불편을 느끼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특례’란 말은 부당하다”며“장애인을 함께 살아야 할 주체가 아닌 동정해야 할 시혜적 대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직업교육 등을 통한 장애인의 사회화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하교ㄱ의 경우 일률적인 입시교육을 실시하는데 어려움이 많으며 입시위주의 특수학교 운영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소수의 중증 장애인을 위해 대수의 중증 장애인이 희생되는‘또 하나의 차별’을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장애우 권익문제 연구소 간사 박옥순씨는“특수학교는 단순히 몸이 자유롭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장애가 심해 기본적인 학습도 어려운 사람들의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며“선택받은 극소수를 위한 장애인 특례입학제보다는 장애인들이 일반 고등학교에서 당당히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장애인 복지시설이 확충돼야 한다”고 밝힌다.

특히 장애인 문제에 대한 심도깊고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임시방편적인 제도로 무마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장애이들의 재활의지와 자립을 저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으며 뚜렷한 규정 없이 대학 자율에 맡겨진 선발기준과 그 시행은 실효성 여부와 함께 대학과 정부의‘생색내기’에 멈물 수 있다.

이렇게 실시된 장애인 특례입학제도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장애 학생이 입학한다 해도 아무런 편의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대학에서 학업수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장애우 권익문제연구소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특례입학을 실시한 18개 대학 역시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극히 미비하다.

“학교가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힘든 가파른 언덕으로 돼 있어 4년간 어머니와 함께 등교할 수 밖에 없었다”는 이은진양(대학원 심리학과·석사1학기)의 말에서 본교의 열악한 장애인 복지시설을 실감할 수 있다.

본교의 경우 학생의 등학교를 위한 교통수단이 마련돼 있지 않고 장애인 전용 화장실과 세면대 조차 설치돼 있지 않는 등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거의 부재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장애인 특례입학제도 실시 초기 약속됐던 정부당국의 예산 지원 등의 지원책이 무마되면서 대다수의 학교가 장애인 특례입학 후 야기되는 모든 문제를 학생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학교의 장애인 특례입학 입시요강은‘입학 후 신체상의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적고 있다.

장애인 특례입하가은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결코 아니다.

장애인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교육과 이를 위한 정부의 재정적·행정적 뒷받침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 장애인을 집단이 아닌 나와 함께 하는 한 학우로 인식하는 것이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 장애인 특례입학은 시행됐고 우리는 이를 통해 장애인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제 우리가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은‘장애라는 말이 장애가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어느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풀이 0%였다는, 씁슬한 오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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