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이나 방송을 보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제안들이 넘쳐흐른다.

새로 들어선 정부도 하루가 멀다하고 개혁적인 경제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탈출은 커녕 비관적인 경제전망이 득세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전마이 득세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침체나 실업사태는 작년 겨울 아이엠에프의 긴축처방시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그 당시 아이엠에프의 고금리정책을 비판하고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던 소수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침눅하던 다수의 전문가는 대량실업과 기업도산을 확실하게 두눈으로 확인한 요즘에야 각종 해법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물론 때늦은 처방이라도 제대로 된 내용을 담고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요즘 모두들 유행처럼 얘기하는 시장경제구조조정, 외자유치와 같은 정책구호들을 보면 김영삼정부의 세계화나 국가경제력 팔기와 무엇이 다른지 걱정스럽다.

지금과 같이 경제의 구조자체가 변하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해답에 앞서 문제의 성격부터 정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부터 타파할 필요가 있다.

첫째, 신정부초기부터 득세하고 있는 어설픈 시장경제론이 정책의 실패와 실기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경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 그렇지 근본은 시장경제다.

시장이 실패하면, 즉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되거나 소득이 형평하게 분배되지 않으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정당성이 생긴다.

한국경제는 정부의 시장개입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시장에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만연해있는 생산시장과 생산요소시장의 비효율을 제거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비전과 지식의 부족으로 제대로 된 정책이 수립되지 못하고 정치의 실패로 정책을 집행할 관료가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문제인 것이다.

둘째. 요즘 기업의 차입경영을 경제위기의 원죄처럼 취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단순논리가 잘못된 경제정책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순환이 정형화된 서구형의 성숙한 경제에서는 경기하강시의 파산위험 때문에 기업이 부채비율을 높이기 힘들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지난 30여년간 경기참체시에도 6~7%는 성장하는 고도성장패턴을 유지하였다.

돈을 빌려 원리금 갚고 수익이 남는 과정이 몇십년 계속되고 있는 의욕적인 기업가라면 차입경영을 안할 리 없다.

문제는 인정사정없는 외국은행으로부터의 단기채무가 빚쟁이 독촉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까지 늘도록 방치한 정부감독소홀과 빛으로 조달한 돈을 비효육적으로 투자하게 유도한 관치금융형태에 잇었던 것이다.

셋째, 미국경제나 한국경제나 경제원리의 적용에는 차이가 없다는 시각이 많은데 바로 이러한 사고가 우리 경제구조를 남미형-종속혀으로 몰아가고 제2의 위기를 재촉하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본다.

작년 12월의 서투른 아이엠에프 협상과 그후의 경제정책은 건전한 차입을 전제로 한 공그부이주-고성장 경제체질을 지나치게 졸속으로 서구형의 수요관리 경제구조로 바꾸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생산기반이 붕괴되고 고부채의 기업과 직장을 잃은 노동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구조조정이나 대량실업을 선진국형 경제구조 진입의 의례행사 정도로 보는 전문가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넷째, 최근의 경제논의를 보면 형평이라는 가치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경제가 성장할 때도 분배가 문제가 되는데 하물며 경제가 수축하는 상황에서 형평한 고통분담의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으면 누가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를 수긍하겠는가. 껍데기 같은 부실은행과 위원회 등으로 기업과 노동조합을 적당히 다루려는 식의 정책집행방식을 가지고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천이 어려울 것이다.

끝으로, 외국자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들 수 있다.

작년 말에는 급하니 고리의 급전이라도 빌려와야 햇지만 국가재정의 신뢰도 하락을 동반하는 정부보증-고금리 외채연장같은 것은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다.

외국자본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생산적 장기자본이 아닌 단기적 투기자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시장경제나 외국자본이 아니면 멸망이다하는 식의 흑백논리 이론무장이나 언발에 오줌누기씩의 무리한 돈 구걸이 아니라 우리가 진짜 자신감 있게 잘할 수 잇는 것을 우선적으로 시도해 우리 스스로에겐 자신감을, 외국인들에게는 신뢰감을 심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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