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개혁의 방향을 모색한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97년 선거 당시 김대중 야당후보 낙선을 위해 펼친 `북풍공작"의 사실여부가 드러나면서 이를 계기로 안기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지난 2일(목)에는 안기부의 개혁방향에 관한 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과거청산과 안기부 수사권 폐지, 나아가 국가보안법(국보법)의 철폐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히 제기되고 있다.

안기부는 60년대 초 박정희 정권 당시 5.16군사쿠태타 이후 정권유지를 위해 설립된 중앙정보부를 모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를 지닌 안기부는 단순한 정보기관을 넘어서 공공연한 정치개입 등 `국가안고"가 아닌 `정권안보"를 위한 사병노릇을 해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참여민주사회시민연합 시민감시국장 김형완씨는 "약 70%정도가 대북관련 부처이지만 선거 등 특수상황일 때는 대부분이 `국내 정치공작 담당부서"로 돌아설 만큼 안기부의 정치개입과 공작은 심각한 것으로 안다"고 비판했다.

또한 체제유지를 위해 민주화운동 세력을 억압해온 안기부의 직권 남용과 인권유린행위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그동안 불법구금과 변호인과의 접견거부, 구타와 성고문으로까지 이어지는 안기부의 잔혹행위는 피해자들의 진술 등의 형태로나마 알려져 왔다.

안기부의 고문으로 인해 사암한 숫자는 40여명이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대표적 예로 87년 물고문으로 인한 박종철씨 치사사건, 89년8월 안기부원에 의해 납치, 며칠 뒤 거문도에서 시체로 떠오른 이내창씨의 의문사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안기부의 국내활동 대부분은 국보법을 바탕으로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안기부는 안기부법 제3조 1항에 의해 `내란죄. 반란죄 및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으며, 안기부에 의해 구속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보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보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개념 규정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정권이 원하는대로 유권해석이 가능해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같은 문제점이 지적돼 온 안기부 개혁에 있어 정치공작의 대상이었던 김대중 정부의 탄생은 호기라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한 일간지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53%가 안기부의 개혁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등의 주최로 열린 안기부의 개혁방향 토론회에서 민변의 장주영 변호사는 "지난 김영삼 정부 초기에 이뤄진 안기부의 부분적 수사권 제한과 같은 형태는 결국 안기부를 개혁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며 "확실한 수사권 폐지를 통해 안기부를 순수정보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이뤄지는 개혁은 있을 수 없음을 얘기하며 안기부 개혁은 과거청산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93년 이후 397명의 안기부 수사관들이 고소. 고발되는 등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고발은 계속돼왔으나 안기부는 국가기밀을 다루는 조직이기 때문에 담당직원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는 이유로 처벌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는 실정이다.

한편 수사권의 박탈이나 과거청산만으로는 안기부의 인권유린과 정치개입 등을 막을 수 없다며 안기부 폐지를 비롯한 국보법을 철폐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화학생연대 측은 "아무리 수사권을 박탈하더라도 국보법이 철폐되지 않는 한 제2, 제3의 안기부는 생겨날 수 있다"며 "정치적 거래로 흐르고 잇는 지금의 움직임은 기만적"이라고 규정하고 진정한 안기부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제시선을 넘어 국보법 철폐까지 이어질 수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치권은 권영해 전 안기부장 구속과 기준 인가의 10%수준의 교체로 이번 사건을 비롯한 안기부 개혁을 무마하려 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기득권의 이데올로기 강화를 위해 `정권안보기관"의 역할을 해온 안기부는 국보법을 기반으로 민주화운동 진영을 탄압해 왔다.

이러한 안기부가 지난 대선 당시 스스로 이적단체로 규정한 북한과 거래하며 정치공작을 펼쳐왔다.

이같은 사실은 안기부야말로 국보법에 위배된 이적단체임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제 국보법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수많은 인권유린과 정치개입을 일삼아 온 안기부가 택해야 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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