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 혁신을 위한 움직임을 알아본다

서울지역 총학생회장단 연석회의(연석회의)가 19일(수) 서울대에서 경희대·고대·성공회대 등 19개 대학 총학생회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는 등 학생운동 혁신을 위한 공동 모색의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작년 한총련 출범식 이후 정권의 "한총련 죽이기"로 한총련 대의원 간부 중 80% 이상이 탈퇴 혹은 구속·수배되는 상황에서 학생운동 내부의 위기의식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학생정치조직은 기존 학생운동에 문제를 제기 하며 학생운동 혁신 입장을 활발히 내놓기도 했으나 의견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에만 매몰돼 학생 운동진영이 분열되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98년 학생의 선거 결과 서울지역에서 소위 한총련 주류세력으로 일컬어지는 "자주대오" 외에도 좌파·사람사랑 등의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총학생회들이 건설된 것 역시 지금의 연석회의가 꾸려지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연석회의에 대해 고려대 정책국장 김원정양(영문·4)은 "학생운동 전반에 관해 분분했던 이견들을 공개된 장으로 끌어냄으로써 서로의 입장차를 줄이고 최소한의 공통 투쟁과제들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향후 연합체 운동상에 대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즉 기존 지역총련 단위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인 한총련 체계를 벗어나 "새로운 연합체"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과 기존 한총련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원정양(영문·4)은 "대사회적 발언력을 높이고 대중운동단위를 포괄하는 연합체 조직은 각 단위의 활동경험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연합체 운동의 의미를 지적했다.

그러나 그 방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사람사랑"의 경희대 정책국장 박서연씨는 "한총련의 문제점은 지역총련 중심의 연합체 질서 자체보다는 집행과정상에 있었다"며 혁신을 통한 한총련의 민주적 재건을 얘기했다.

이에 반해 고려대 등의 "대장정학생연합"의 경우 대중조직을 표방하는 학생운동이 일정한 정치적 이념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존중할 수 있는 연합체 혁신을 제안했고 서강대 등 "전국학생연대"의 경우 새로운 연합체 운동은 "노동자 민중의 정치 세력화"를 재향해야 한다며 기존 한총련과 별개의 새로운 학생회 연합체 건설을 배제하진 않았다.

둘째로 그동안 학생운동의 평가지점과 운동의 지향성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총련이 그간 학생운동의 전국적 연대질서 확립에 기여했다라는 점과 명령하달식의 비민주적인 조직운영, 변화하는 대학 사회에 대한 고민 부족, 자신의 정치노선만을 강행하면서 다양한 운동영역을 포괄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대체적으로 의견이 일치하는 듯하다.

그러나 기존 한총련 주류가 주장해왔던 한국사회에서 "자주·민주·통일"이 아직도 유의미하다고 보는 입장이 있는 반면,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현실과 경제 불황으로 노동자 삶의 질이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정치적 지향은 몰정세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40개 학생회장들 중 "자주대오"가 당선된 다수 대학은 문제제기나 다른 정견이 있다면 한총련 대의원대회나 중앙상임위 같은 한총련 공식체계 속에서 논의돼야 한다란 입장을 밝히며 불참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동안 좌파 진영의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있어왔음에도 다수결의 원칙을 들며 이를 배제시켜온 기존의 한총련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과의 괴리 및 그간 많은 문제점들을 지적받아온 한총련에 대해 연석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대학들은 정리해고제·근로자파견법 등 기득권 세력의 이데올로기에 고통받고 있는 이 시기에 새로운 연합체 운동의 틀거리는 아닐지라도 공동의 투쟁과제들을 모아갈 것에 의견을 같이 했다.

신자유주의적 사회 재편과 이에 발맞추고 있는 자본의 이데올로기 공세 속에서 학생운동 진영이 뚜렷한 단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위기"에 복면해있는 학생운동, 비록 연석회의가 임시적인 체계로서 그 한계지점들이 존재하지만 적극적인 논의의 장으로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조직들에 대한 불신의 폭을 좁히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논의들을 가져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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