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수에 대한 인권보장 실태와 앞으로의 개혁방향

97년 대선 TV토론 중 김대중 후보의양심수 사면에 관한 발언으로 각 당을 비롯한 법무부·검찰은 “양심수는 없다”며 “공산주의자도 양심수냐”라며 일제히 사상문제를 들고 나섰다.

이같은 양심수관련 논쟁은 검찰이나 정치권의양심수에 대한 잘못된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 앰네스티는 양심수에 대해 “폭력을 사용하거나 주창하지 않은자(자기 방어적 폭력은 제외)로서 정치적·종교적·기타 양심상 견지된 신념을 이류로 투옥·구금·기타 신체적 제한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같은 전제아래 1월17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직도 우리 나라에는 529명의 양심수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양심수들에 대한 사면 조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취해져왔으나, 실제로 소수의 양심수만이 구색맞추기식으로 석방돼왔다.

새 정권의 출범에 따라 양심수 가족들은 대대적인 양심수 사면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법무부는 “형기의 2/3이상을 복역하고 과거의 사상을 포기한 자”라는 기준으로 석방대상자의 폭을 70~80명 수준으로 축소했다.

그나마 신임 법무부장관이 이와 관련 “국가체제 전복활동을 할 우려가 있는 사람은 제외하고는 최대한 폭넓고 너그럽게 하겠다”고 밝혀, 석방자수는 당초 김대중 정부가 밝힌 2백명선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석방 조치에 기뻐하기 이전에,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현존하는 양심수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 사면 기준의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들 수 있다.

이번 양심수 석방과 관련해 법무부에서 밝힌 ‘과거의사상을 포기한 자’나 ‘국가체제 전복활동을 할 우려가 있는자’라는 기준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인 국가보안법이 그대로 드러나는 기준으로 일관성이 없다.

사면 기준이 이처럼 공정하지 못한, 자의적인 해석·판단이 가능한 모호한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양심수 사면의 전제라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같은 예는 역사적 죄인인 전·노 두 전직대통령을 석방한 것에도 잘 드러난다.

따라서 이번 양심수 석방의폭을 좁히고 있는 정부의 사면 조처는 법의 기본정신인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각 단체의 항의를 유발시키고 있다.

둘째 양심수 자체에 대한 반인권적인 조처이다.

민가협에 따르면 양심수 529명 중,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양심수가 75.9%에 달한다.

한 인간의 사상과 신념을 이유로 그에게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는 원칙은 근대 법치국가의중요한 인권원칙으로서 이미 널리 인식된 사실이다.

학·법조계 인사들 역시 국가보안법 위반사법과 노동·집시법 위반사범은 사안에 따라 양심수의 범위에 들어가며, 설사 공산주의자라고 해도 그 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처벌당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에 맞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특히 국제 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사상을 포기하도록 강요해온 사상전향제도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사상·양심의자유를 위반한 반인권적인 제도의대표적 예로 볼 수 있다.

사상전향제도는 양심수에 대한 감옥 내 차별대우와 비인도적 처우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더 큰 문제를 낳는다.

오랜 세월동안 감옥생활을 한 장기수들의 경우, 심각한 고문 후유중과 장기간의 독거생활, 그리고 전근대적인 형행제도로 인해 질병을 앓고 있다.

사상전향제와 고문을 비롯해 양심수들에게 자행되고 있는 제도들은 반인권적 측면에서 많은 비판과 지적을 받았음에도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째 양심수 관련 사건들 중에는 조작사건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건들이 다수 포함돼있는 점이다.

이는 잘못된 판결을 적용, 그대로 중형을 선고하는 데 문저점이 있다.

특히 5·6공 이래의 간첩 사건들에서는 공통적으로 장기간 불법구금과 가혹고문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따. 이들에 관한 재판부의 판결은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작성된 조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 대부분이었다.

과거 북에서 내려왔다는 이유만으로 ‘남파공작원’또는 ‘연락원’이라는 혐의로 구속된 장기수들은 조작사건에 의해 정권의희생양이 돼버린 것이다.

새 정부는 양심수 문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해 나름의 개혁의지를 보이고 있는 듯하다.

김대중 대통령는 2월초 발표한 ‘국민의 정부 100대 과제’에 인권보장 및 사법서비스 획기적 개선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설치 ▲ 피의자에 대한 인권보호 강화 ▲즉결심판청구에 관한 절차법 개정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와 함께 앞서 언급한 반인권적 문제해결을 위해, 사상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도록 국가보안법과 안기부의개혁을, 비민주적 악법과 분단국가의 희생자인 양심수 전원 석방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사면 이후 사회로 복귀한 뒤에서 장기간의 시민권을 박탈당한 채 ‘창살없는 감옥’에서 살고 있는 또다른 양심수들에 대한 복권 조치또한 시급하다.

양심수 문제는 우리 나라의 인권수준을 드러내는 한 단면일 뿐이다.

정부는 앞으로 지속적인 인권 개혁을 통해, 우리의 인권수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