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면직된 여성노동자 신명옥씨를 만나

“서울에서 언양으로, 다시 언양에서 수원으로 발령을 받을 때만 해도 다음 인사 때는 정상복직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착잡한 심정을 달래왔스빈다.

하지만 올해 1월12일 남자직원 10명, 여자직원 11명과 함께 또 한번 무연고지인 경북 언양의 본사공장 업무지원팀으로 전직당한 것을 확인하는 순간 가슴이 무너지더군요.” 고교 졸어 후 17년동안 현대알루미늄 공업(주)에서 일해 온 올해 38살의 신명옥씨는 1년동안 세 번이나 전직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 뿐 아니라 회사측은 언양공장 ‘업무지원팀’에 어떠한 일도, 사무실도 내주지 않았다.

명실상부한 ‘대기발령’인 것이다.

그녀가 이토록 수모를 당해야 했던 이유는 단지 ‘결혼한 여자가, 그것도 회사에 너무 오래 다녔기 때문(?)’이란다.

신씨는회사 여직원 중 최연장자인데다가 결혼 후에도 계속 직장에 다니는 ‘결혼 1호’라고 한다.

“대부분의여사원들이 일찍 그만두는 상황이죠. 회사에서는 여직원들에게 그들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 대신 서류 작성이나 정리 같은 단순 잡무만 시키더군요. 승진과 대우에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건 당연하구요. 수많은 여직공들의 땀방울이 있었기에 설 수 있었던 나라인데…. 왜 이렇게 우리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건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과거 6급부터 시작했던 고졸사원 중 가장 빨리 승진한 여사원임에도 불구, 5년동안 승진발령자 명단 앞에서 연거푸 미역국을 마셔야 했던 그녀. 현재 신씨는 주말을 이용해 언양공장과 남편이 있는 서울집을 오가고 있다.

회사측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매일 출근도장을 찍고 있단다.

하지만 나머지 21명의 사원들은 회사를 모두 떠나 이제 ‘업무지원팀’에는 그녀 혼자 남았다고.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은 신씨는 한국여성민우회(민우회)를 찾은 건 1월12일(월) 부당전직을 당한 바로 그날이었다.

신문에서 민우회에 대한 소식을 접하고 수첩에다 적어두었던 전화번호 하나가 이토록 자신에게 힘이 돼줄지는 몰랐다고 한다.

“혼자 싸운다는 생각에 늘 불안해했죠. 하지만 지금은 내 얘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든든함을 느낍니다.

” 지난 1월22일(목) 민우외 고용평등추진본부는 신씨의성차별적 부당사례를 노동부에 고발했고, 이에 노동부에서 파견된 근로감독관은 언양 현장의 상황을 파악한 수 현대알루미늄에 신씨의 원직복직 명령을 내린 상태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녀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회사측이 계속 복직명령을 거부할 경우 사법절차과정에서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은 물론 현대알루미늄이 신씨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든 상황임에도 신씨는 인터뷰 내내 담담한 표정을 짓는다.

“기업들은 현재 ‘구조조정’이라는 사회적 분윔기와 맞물려 그동안 눈에 거슬렸던(?) 기혼 여성노동자부터 정리해고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이곳 저곳으로 전직히키다가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시킬 기세구요. 하지만 더이상 물러서고 싶지 않습니다.

이젠 억울함보단 동료와 후배들이 똑같은 꼴을 당하게 해선 안된다는 사명감에 끝까지 싸워나갈 생각이에요” 세상은 분명 삐뚤어져 있다.

휴일을 마다 않고 일해도 꿈쩍도 않던 회사가 해고에 있어선 ‘레이디 퍼스트’이니 말이다.

여기에 한 여성이 반기를 들었다.

‘삐뚤어진 세상’을 바로 잡으려는 신씨의 싸움은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런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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