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사회는 외환위기로부터 시작된 경제위기와 그러한 위기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 속에서 좌절과 분노로 망연자실하고 있다.

지난 연말 국내 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부족으로 원화 환율이 폭등하고 일부 금융기관들이 외채상환 불능상태에 직면하자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지원금융을 신청했다.

이에 IMF는 자금지원을 즉각적으로 결정하고 3%이내의 경제성장율 채택, 부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기업운영의 투명성 제고 및 재벌의구조조정, 시장개방,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철폐,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한 자금지원조건을 제시하고 이의 즉각적인 시행을 한국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2백40억 달러의 단기외채 만기를 예상보다 낮은 금리로 연장해 당장의 국가부도 상태를 면하고 정부의 구조조정 및 재벌구조에 대한 제반의 개혁조치를 천명함과 동시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사정간의 사회협약을 도출함으로써 총체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발빠른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단기외채 상환기간의 연장과 일련의 개혁조치 천명으로 현재의 위기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위기를 국가회생의을 위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책 시행에 있어 몇 가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하나는 외국 부문에 의한 한국경제의 지배 현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IMF의 정책 권고안을 비판하는 종속학파는 금융지원 조건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외국에 의한 제3세계 경제 지배 현상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신정부는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IMF의 권고에 따라 김 당선자는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외국의 적대적 M&A의 활동까지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따른 외국인의 한국경제 지배 현상 즉 외국기업에 의한 토착 기업및 금융기관의 장악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 대비를 해야 한다.

둘째, IMF의 금융지원을 포함한 모든 외자의 도입이 고비용·저효율로 특징 지워지는 한국경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될 것이다.

종속학파는 IMF의 금융지원 정책과 관련하여 IMF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외채를 끌어들이기 위해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할 것인가를 가르쳐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3세계가 ‘부채의 덫’에 빠져드는 현상을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경제위기의 타개를 위한 외자의 도입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셋째, IMF권고안에 따른 고용정책이 가져올 소득분배구조 약화에 따른 사회적 갈등의 처리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필요하다.

임금 통제 뿐만 아니라 저경제성장율 유지와 재정적자의 축소 등이 가져올 실업의 증가로 국민 소득에 있어서도 노동에의 할당분이 현저히 감소될 것이므로 이로 인해 유발될 사회적 갈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노사정 합의가 이뤄져 있기는 하나 정리해고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대량실업의 발생으로 수반될 사회적 갈등은 엄청날 것이며, 이로 인한 사회적 불은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 하는 것은 신정부가 짊어져야 할 어ㅉJㄹ 수 없는 짐인 것이다.

넷째, IMF의 정책 권고안의 한국경제 현실에의 절실성에 대한 재검토가 칠요하다.

IMF정책에 대한 비판 중의 하나는 IMF의 정책 권고안이 IMF의 금융지원을 받는 국가의 경제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신정부는 이 점에 유의해 정핵을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IMF가 제시하는 재정·화폐 정책이 경제적 치유보다는 오히려 경제 침체를 가져오고 경제발전을 저해시켜 경기를 지나치게 냉각(over-kill)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에 걸맞는 재정 화폐 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시장 개방에 대한 정책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성급한 금융시장개방이 투기성 단기 자금의 유입, 금융기관과 기업의 무분별한 해외자금 조달 및 기업 대출로 이어져 금융위기를 초래했음을 인정한다면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금융개혁은 우리가 시행해야 할 핵심 과제이나 금융시장의 무제한적 개방이 가져 오는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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