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합의안 관련 쟁점 사안 점검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6일(금) 정리해고제와근로자 파견법 허용을 골자로 한 쟁점안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그러나 고용불안정·노동자 지위 하락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9일(월)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위원대회에서는 노사정합의안을 부결하고 재협상을 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을 전개하기로 결정하는 등 반발의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번 합의사항에는 교원 노동조합 인정·공무원 직장협의회 설치·노조정치활동 보장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노사정위는 정리해고제와 관련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 강화·성차별 금지·60일전 근로자 대표에게 통보·노동부에 사전 신고 의무화·해고자 우선 재고용조항’등 절차상의 조건을 강화해 ‘공평한 고통분담’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97년 한해 9월까지 고용보험 피보험자 중 명예퇴직을 포함, 정리해고된 사람은 1만1백97명이라는 노동부의 발표와 같이 불법적 정리해고가 엄연히 실시되고 있었던 현실에서 법제화는 현장노동자들에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구속·수배·해고노동자 원상회복 지원 대책위원회 이진영씨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란 규정은 기준조차 모호할 뿐 아니라 인수·합병시에까지 정리해고를 허용하는 등 적용 폭이 넓어져 오히려 기존 고용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사정위 합의안은 강도높은 규정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기업이 기준없는 해고를 남발함과 동시에 생산효율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일말의 성과’라 불리는 교원 노동조합 인정·노조정치활동보장 등에 대해서도 낡은 개혁적 과제와 민중 생존에 직결된 사항을 맞바꾸는 형태 밖에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곽탁성씨는 “실업자와 임시직 노동자가 증가하고 노동조합원이 해고 1순위가 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노조정치활동 보장 등의 노동기본권 합의안은 사실상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공무원 직장협의회나 전교조 허용도 각각 1년과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둠으로써 그 사이 인원을 감축하고 동시에 공무원 길들이기를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노사정합의안은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고물가·고실업 사태에 대비할 사회보장·실업대책 등이 미흡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민주노총이 애초에 요구한 ‘실업대책 재원 10조원 확보·우리사주제와 노동자 대표의 사외이사제 도입’등은 그 위상이나 기간조차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은 2차 노사정위로 연기되거나 축소됐다는 비판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노사정위의 합의안에 대해 이미 ‘예정된 결과’라는 회의적 반응 또한 제기되고 있다.

노사정위는 애초에 경제위기 타개책을 위한 논의의 장이 아니라 경제위기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노동계에 노동시장 유연화를 종용하기 위한 자리로, 이는 미국 등 초강대국 이해를 대변하는 IMF의 신자유주의 요구사항과 재벌의 요구가 맞물려 이뤄진 것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강수돌 교수(고려대 경영학과)는 “앞으로 고용위기·대량실업·노동강도 강화·노동시간 연장 등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이 후퇴하는 결과가 양산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노동자의 희생만이 강요되는 사회적 합의는 결코 오래 갈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노총은 이처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노사정위 핵심 합의안에 대해 무효화를 선언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입법화 움직임 저지에 나서고 있다.

고통분담과 경제위기를 내세우며 세련된 노동통제를 가하려는 집권층의 이데올로기 틈바구니 안에서 97년 1월 이후 또한번의 ‘개악’을 막아내는 길, 그것은 사히적 합의를 통한 허구적 동반자 관계 설정이 아니라 잃어버린 권리를 찾기 위함 저항의 하나되는 목소리를 일구어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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