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화)경 제네바에서 개최될 예정인 ‘4자회담’은 96년 8월 제주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안된 한반도 관련 4개국의 평화회담이다.

당시 한국은 남북한 직접대화를 회피하고 있는 북한을 남북대화에 끌어 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북한·미국·중국으로 구성된 4자 평화회담을 제안했다.

이 회담의 목적은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평화체제의 수립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이 주도한 4자회담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우선 북한은 중국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탐탁치 않게 여겼다.

북한은 그동안 주체사상을 내세워 소련이나 러시아 그리고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전개했으므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일을 반길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북한은 미국과 직접 교섭해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그 결과 한국으로부터 미군의 철수를 유도하려는 심산을 가지고있다.

그러나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해도 남한에 주둔한 미군이 반드시 철수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에 주둔한 미군의 목적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한반도 통일후에도 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군의 철수 문제는 북미 평화협정이라는 문서에 의해 결정되기 보다, 한미간 국가이익이라는 차원에서 상호협의해 결정될 사항이다.

이뿐 아니라 4자회담에 대해 한국과 북한은 처음부터 상이한 입장을 보여왔다.

한국은 남북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이를 주변국가인 중국과 미국이 확인하는 절차를 추구하고 있고 북한은 식량지원을 보장받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해 한반도로부터 미군을 철수시키고자 한다.

현재 북한은 4자회담을 일거에 거부하지 않고 북한에 대한 식량원조와 연계시키며 미군의 철수를 논의할 수 있는 회담으로 유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4자회담의 성사조건으로 식량지원을 약속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고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리하에 예비회담에 참석했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리하에 예비회담에 참석했다.

미국은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구축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4자회담의 성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97년 후반 추진된 세차례의 예비회담의 결과 개최가 결정돼 본회담을 앞두고 있지만 4자회담읨 앞날은 순탄할 것으로 단정할 수 없는 형편이다.

북한은 더이상 본회담의 개최조건으로 식량지원을 요구하지 않고 의제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광범위한 것에 합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것은 한국과 북한의 목적이 근본적으로 상이할 뿐만 아니라 만장일체제에 의한 합의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다자간 합의가 쉽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4자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이 대폭적으로 양보하는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4자회담의 개최와 식량원조의 연계를 회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과감히 약속하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감과 적대감이 다소나마 완화돼 남북한간 직접 대화가 실현될 수 있는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매년 필요한 식량 5백만톤 중 150만톤 가량의 식량이 부족한 상태이다.

97년에는 세계식량계획(WFP)이 약 30만톤, 중국이 1백만톤 가량의 식량을 제공해 부족분을 충당했다.

98년도에도 미국이 WFP를 통해 약1백만톤의 식량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 등 북한에 대한 국제적 식량지원이 계속될 예정이므로 한국도 식량지원을 과감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국은 북한이 미국, 일본과 직접적인 대화로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도록 협력해 줘야 할 것이다.

결국 북한과 미국, 일본은 외교관계 정상화를 달성하게 될 것이므로 한극이 측면에서 도와줌으로써 북한의 적대감을 완화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더이상 남북한 평화협정 우선주의를 고집하지 말고 북한고 미국이 먼저 평화협정을 체결한 수 한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방식에도 동의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한국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취하고 있고 현재는 경제적으로 파산상태에 직면해 있으므로 한국이 적대적인 자세를 버리고 친선적인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남북한간에 쌓인 불신감을 완화시켜 나가면 직접대화의 가능성이확대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4자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도, 더 나아가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북한에 우호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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