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교에 교육감이 나오는 날이 무슨 날인지 잘 알면서 자라왔다.

학생들은 교내외 청소를 하느라 총동원되는 날이다.

교장선생님보다 더 높으신 분이 교육감이란 사실만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감이 그 선출과정에서 금품 살포와 후보 매수 등으로 얼룩져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기도 한다.

교육위원들과 교육감 선출에 끊임없이 벌어지는 비리와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하나의 획기적인 새법이 4일(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로 통과됐다.

여야가 합의한 새 법률에 의하면 그동안 몇몇 관계자가 좌지우지하다시피 했던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선출권을 교사와 학부모에게 돌려주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새 법에 따르면 선거인단은 학부모·교사·지역인사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와 교원단체 대표 등 시도별로 1백34~1천3백명 규모로 구성돼, 교육계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도록 돼있다.

교육감 후보자격을 교육 경력 15년에서 5년으로 크게 내린 것도 젊은 세대에게 참여의폭을 넓혀 주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이 이 달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12월중 시행령을 마련,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금전 타락 선거로 얼룩져 온 교육감 선출이 내년부터 대폭 바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왜 이렇게 중요한 법률이 급속히 처리됐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현 정권의 임기말인 내년 1월부터 시행되도록 한 것도 선거철에 나타난 하나의 ‘건’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사게 한다.

물론 법제정의 취지가 여타의 건과는 달라, 그렇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지만 좋은 법일수록 좋은 시기를 택해 만드는 것이 더욱 좋을 것이라 생각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문제되는 것은 지금 교육개혁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의 중심 철학이 ‘수요자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감을 교육위원이 아닌 교원단체나 학교 운영위원회 같은 교육 수요자 편에 서 있는 기관에서 뽑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진대로 한국 교총이 과연 교사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기관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드물 것이다 교총 구성원들의 50%이상이 교사가 아닌 교장들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말해 교사들의 교권을 무시해 오던 교장들이 선거인단으로 구성될 경우 이는 곧 교육감을 선출할 때 힘 없는 교사들의교권을 빼앗는 것을 합법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원들만 하더라도 그렇다.

교사·학부모·지역인사들로 그 구성원들이 만들어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에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법칙이 지배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지방자치제가 지금 난맥을 걷고 있는 주된 원인도 시의회와 지방의회 의원들의 자질때문이다.

질 낮은 선거인단을 통해 교육감이 선출된다면 차라리 현행 선출방법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한국 교총과 학교운영위워노히에서 뽑힌 대표가 선거인단이 되어 교육감을 선출한다고 할 때에도 지금과 같은 금품 살포와 후보 매수와 같은 비리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보면 진정으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계를 맡길 수 없다’는 것과 ‘고양이를 감시할 주체는 누구이냐’를 생ㄲ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감시기구가 제구실을 하자면 그 첫째 조건이 자생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자생적이어야만 풀뿌리 전체가 감시와 감독의 과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후보 검증 절차를 두는 등의 새 교육감 선출방식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나 나름대로 새 교육법이 앞으로 명실 상부하려면 선거인단을 구성할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학교운영위원회에 교장과 교사가 함께 구성원으로 돼 있고 학부모가 이에 참가했을 때에 누가 주도권을 잡고 좌지우지할 거싱냐는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또한 새 법은 사립학교나 법적 교원단체에 소속하지 않은 교사들인 전교조 소속원들이 전혀 참여할 수 없게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평등권을 침해할 위헌적 소지마저 안고 있다.

내년 2월만에 임기기 끝나는 강원도 교육감이 처음으로 새 법에 의해 선출될 예정이다.

우선 지켜봐야 하겠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다른 어느 법보다도 교육법은 명실 상부해야 하며 또 하나의 시행착오를 하는 것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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