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아사태와 관련 ‘기아는 국민의 기업이므로 살려야 한다’ ‘기아사태는 무책임한 경영의 결과이다’등 일견 서로 상치되는 화두가 떠돌고 있어 기아문제해결의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기아가 ‘국민기업’이라는 주장은 기아가 비교적 소유분산이 잘 돼 있고, 다른 재벌 기업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자동차 업종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기업이라는 용어는 그 실체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건전성이나 효율성을 보장, 함축하는 용어도 아니다.

설혹 기아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국민기업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기아살리기’의 논리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기실 기아는 전문경영체제이지만, 재벌의 경영체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주총회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최고경영자측은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노동조합(노조)이 존재했지만, 최고경영자측과 노조는 ‘도덕적 해이’현상이라는 기득권을 존중하는 묵시적인 합의에 기초하여 상황에 안주하고 있었다.

또한 기아사태의 원인이 무책임한 경영에 있다는 지적은 그것이 동어반복적이기에 항상 옳다.

만약 이번 사태의 기본적인 원인이 기업외붑에 있다면, 기아 외에 다른 재별집단도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고 한국 경제는 총체적으로 붕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책임한 경영을 강조하는 논리는 기아 사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들의 책임회피용으로 쓰이고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이번 사태는 기아의 무리한 시설투자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이 시설투자용 자금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까? 만약 은행이 정확한 기업평가와 사업평가에 기초하여 대출했다면, 이러한 사태가 초래됐을까? 또한 정부가 삼성의 자동차업종으로의 진입을 허락(기술도입신고서를 수락)하지 않았다면, 자동차의 광잉생산을 지적하고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의 필요성을 지적한 삼성의 외각때리기 작전이 가능했을까? 기업에서는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고, 은행은 대출심사를 정확히 하지 못했으며, 정부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과잉생산이 예견된 정책을 추진하는 이러한 상황에서 그 기업이 붕괴하지 않으면 오히려 정상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미 무능함이 판명된 기아의 최고 경영진은 무조건 물러나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기업의 근로자들과 국민들이 그들의 담보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책임을 공유하고 있는 은행은 모든 책임을 기업에만 돌릴 수 없다.

격변하는 금융환경에서 선진국의 금융산업도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부실 채권을 안고 있는 우리의 은행도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이제는 관치금융의 의혹이나 특정기업을 옹호한다는 의혹에서 벗어나야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의 금융환경을 재편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는 금융에 대한 개입을 중지하고 금융기관은 자체의 심사기능을 강화하여 금융산업의 건전성을 제고시켜야할 것이다.

한편 기아의 회생문제는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기아사태 이후 콜금리는 7월 15일 11.37%에서 9월 26일에는 13.86%로 급상승하고, 해외차입금이도 기존보다 0.5~0.8% 상승해 기업의 비용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우리의 대외신인도도 추락하여 경제의 불안정성이 점점고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시장원리에 맡긴다는 소극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기존의 잘못을 정정한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할 것이다.

정부는 적극적인 정책을 취해, 기아그룹 중 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재생할 수 있도록 절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의 상당부분이 우리의 경제환경에서 기업의 부도를 방지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재별기업군 내부의 상호출자 금지·상호지급보증의 억제 또는 금지·재벌기업의 자기자본의 비율 향상’등 일련의 경제정책은 기업의 건전성을 제고시켜 결과적으로는 기업의 부도 방지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계속 강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기아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제시했다.

이번 사태가 우리의 비효율적인 경제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이번 사태는 일회적 사건으로 종결되겠지만, 이런 신호를 무시한담녀 기아사태는 향후에 도래할 지도 모르는 파국적인 구면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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